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음식의 과학

삼계탕과 단백질

다른 표기 언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흔히 삼복(三伏) 더위라 한다. 가만히 있어도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 시기에 우리는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으며 땀을 쏟는다. 몸을 보하기 위한 보양식을 먹느라 땀을 빼는 건 어찌보면 굉장한 아이러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보양식을 먹어 건강을 유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약식동원(藥食同源)’ 과 ‘밥이 보약이다'라는 사상이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었기에서 보양식이라 불리는 양생음식(養生飮食)이 발달해 왔다. 전통적으로 양생음식의 재료로는 소·돼지·양·토끼·양·염소·개 등 가축의 고기와 닭·꿩·거위·오리 등 가금의 고기, 잉어·장어·미꾸라지 등의 물고기와 전복·생굴 등의 해산물에 사슴의 피와 혀, 곰의 쓸개와 소의 꼬리나 돼지의 족(足)과 같은 특수 부위, 검은 염소나 오골계 등 색이 특이한 동물이 많이 사용되었다. 영양학적으로 본다면, 모두 단백질이 풍부한 고단백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백질(蛋白質, protein)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고분자 유기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는 가장 주요한 구성요소일 뿐 아니라 탄수화물이나 지방 같은 에너지원이 부족한 경우에 1g 당 4Kcal를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즉, 탄수화물과 지방의 역할을 단백질이 대신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하기 때문에, 단백질은 생물이 존재하고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는 의미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proteios’에서 단백질(protein)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아미노산의 기본 구조. R의 위치에 어떤 물질이 위치하느냐에 따라 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진다.

단백질의 기본 구성 단위는 아미노산(amino acid)이다. 아미노산이란 염기성을 나타내는 아미노기()와 산성을 나타내는 카르복시기(-)가 하나의 탄소에 결합된 형태의 분자를 의미하는 말이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글리신· 알라닌 · 발린 · 류신 · 이소류신 · 트레오닌 · 세린 · 시스테인· 메티오닌 · 아스파르트산 · 아스파라긴 · 글루탐산 · 글루타민· 리신 · 아르기닌 · 히스티딘 · 페닐알라닌 · 티로신 · 트립토판 · 프롤린의 20종)으로 이루어지는데, 아미노산의 조합과 배열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므로, 형성될 수 있는 단백질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크게 3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먼저 단백질은 생체를 구성한다. 모든 세포의 세포막은 단백질과 지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 내 소기관이나 세포질에도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또한 뼈와 피부, 연골, 혈관, 인대, 힘줄 등을 구성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피부 및 머리카락 손톱 등 상피구조를 형성하는 케라틴 등도 단백질의 일종으로 이들은 직접 신체를 구성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신체 내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 정도로, 물(70%)을 제외하고는 인체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두 번째로 단백질은 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조절한다.생물체 내에서 대사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조절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물질을 효소(酵素, enzyme)라 하는데, 신체 내 효소는 거의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시 조절 작용을 하는 호르몬 역시 많은 종류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췌장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각각 51개의 아미노산과 29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의 일종이다.

마지막으로 단백질은 생체를 보호한다. 이들은 동물의 털이나 손톱, 뿔 등을 구성하는 케라틴이나 갑각류나 곤충의 외피를 만드는 키틴처럼 직접적으로 동물의 몸을 감싸서 보호할 뿐 아니라, 항체(抗體, antibody)의 주된 구성성분이 되어 외부로부터 유입된 미생물 등을 퇴치하여 질병으로부터 생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항체 생성 능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감염되거나 혹은 질병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고단백 음식이 추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서 단백질을 꼭 필요로 한다. 따라서 모든 세포들은 세포 내에 단백질 합성 기관인 리보솜(ribosome)을 가지고 있어서, 각종 아미노산들을 결합해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들을 스스로 합성하며 살아간다. 단백질 생합성이 일어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생합성 과정은 대표적인 all-or-none 반응이다. 이는 전체(all)가 존재하지 않으면 전혀 일어나지 않는(none)다. 예를 들어 리보솜이 어떤 단백질을 만들 때 다섯 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이 각각 100개씩 필요하다면, 다섯 종류의 아미노산이 모두 100개씩 존재하지 않으면 이 단백질은 아예 하나도 합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인체 내에서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은 20종으로, 이 중 12종은 체내에서 아미노산 자체가 합성되므로 부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발린, 류신, 아이소류신, 메티오닌, 트레오닌, 라이신, 트립토판, 페닐알라닌의 8종은 체내에서 합성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이렇게 체내 합성이 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을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 아미노산들을 일컬어 꼭 필요하다 하여 필수 아미노산이라 부른다.각주1) 필수 아미노산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결핍되거나 혹은 부족하게 섭취되는 경우, 이 아미노산과 관련된 단백질들의 합성이 모두 중지되기 때문에,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 식품의 영양학적 가치를 논할 때 ‘양보다 질’을 중요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품 속에 포함된 단백질의 종류나 개수를 단백가라고 하는데, 콩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식물성 식품의 단백가는 동물성 식품의 단백가에 비해 떨어진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보양식이라고 여겼던 식품들이 거의 대부분 동물성 식품인 이유는 이들이 단백가가 높은 식품들이기 때문이었다. 단백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가도 높은 동물성 식품이 든 보양식은 영양 공급이 불안정하던 시절, 아미노산의 공급을 늘려 신체 이상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음식으로써의 단백질은 이처럼 몸에 좋은 영양소이기도 하지만, 맛도 좋다. 특히나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영어식으로 읽어 메일라드 반응이라고 하기도 한다)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안다면 더욱더 맛좋은 단백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은 프랑스의 화학자였던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 1878-1936)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탄수화물이이 동시에 130~200℃ 사이의 고온에 노출된 경우 발생하는 갈변 반응의 일종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행복한 갈색 결합’을 발견한 뒤, 마이야르는 1912년 이를 논문으로 출간했으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953년 미국의 화학자 존 호지(John Hodge, 1914~1996)이 마이야르 반응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뒤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은 수십가지이며, 여기에 어떤 종류의 탄수화물이 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의 특징은 냄새다. 포도당에 류신이 결합되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초콜릿향이, 포도당에 아르기닌이 더해져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팝콘향이 생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익히지 않은 쇠고기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지만, 이를 불에 구우면 쇠고기 근육 속에 든 글리코겐(포도당)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스테인이 결합하고 여기에 지방 분자가 붙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면 구운 쇠고기의 달짝지근하고 버터를 떠올리게 하는 기름진 향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돼지고기와 달고기도 불에 구우면 특유의 향이 살아나며 맛이 좋아지는데 이 것 역시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다. 마이야르 반응이 꼭 고기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은 누룽지다. 일반적으로 밥은 쌀에 물을 붓고 끓여서 만드는데, 물의 끓는점은 100℃이므로 마이야르 반응이 전체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불에 구운 고기와는 달리 물에 넣고 끓인 고기에는 특유의 고기 향이 거의 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다만 밥을 짓을 때 불과 직접 닿는 냄비나 솥의 바닥 부위와 직접 접한 부근에서는 수분이 증발되면서 일부 100℃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때 쌀 속의 녹말과 쌀에 함유된 아미노산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구수한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양생음식으로 돌아와보자. 전통적인 양생음식들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단백가가 높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음식들은 영양 불균형이 심했던 시대에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과다 열량과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많은 수의 현대인들에게는 그 효용도가 떨어진다. 이제 우리는 단백질을 ‘더 많이’ 먹기보다는 마이야르 반응을 적절히 이용해 좀더 맛있게 단백질을 즐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

・ ※ 본 콘텐츠는 Daum 백과사전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제작하였습니다.

이은희 집필자 소개

이은희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신경생리학을 전공하고 졸업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학원 시절부터 취미생활로 다음카카오에 '가타카에서 살아갈 날들을 위해'..펼쳐보기

출처

음식의 과학
음식의 과학 | 저자이은희 전체항목 도서 소개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멀티미디어 더보기 1건의 연관 멀티미디어 삼계탕과 단백질


[Daum백과] 삼계탕과 단백질음식의 과학, 이은희, 사이언스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