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동아사이언스
칼럼

문제는 선택이야! 이항정리와 커리

다른 표기 언어

TV 속 요리사는 간단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낸다. 시간이 15분만 있어도 보기에 그럴 듯하고 맛도 있어 보이는 요리를 해낸다. 그 모습만 보면 요리가 참 쉬워 보인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그대로 따라했는데, 맛도 모양도 다른 정체불명의 요리가 태어나는 것이다. 왜일까? 그냥 볼 때는 몰라도 직접 해 보면 순간순간 이뤄지는 사소한 선택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살다보면 우리는 항상 갈림길 위에 선다. 어떤 길을 가는지에 따라 해피엔딩을 맞을 수도 있고,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누구도 그 결말을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선택하고 모든 걸 운에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확률이 필요하다. 확률이 앞날을 100% 맞히지는 않지만, 최소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말해준다. 만약 어떤 길이 무너질 확률이 70%라면, 그 길을 피해서 가는 편이 좋다. 험난한 미래를 확률로 내다보기 위해선, 먼저 어떤 길이 있는지부터 모두 파악해야 한다.

커리.

ⓒ GIB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경우를 알아야지!

주사위를 굴리면, 1에서 6까지 모두 여섯 가지 경우가 온다. 이렇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의 수를 ‘경우의 수’라고 한다. 확률 계산은 경우의 수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주사위를 굴려 짝수가 나오는 경우의 수는 3가지(2,4,6)다. 따라서 주사위 게임에서 짝수가 나올 확률은 50%다. 주사위가 2개가 되면 어떨까? 이젠 손가락만으로는 벅차다. 도구가 필요하다.

이항정리는 경우의 수를 구하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다. 이항정리는 두 항의 합을 거듭제곱한 결과를 나타내는 공식이다. 이항정리를 이용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항정리를 사용하면 다음같이 정리할 수 있다.

C는 조합을 뜻하는 영어단어 ‘combination(콤비네이션)’의 약자다. 수학에서 조합이란 여러 개 가운데에서 몇 개를 순서에 관계없이 뽑는 경우를 뜻한다. 계산도 어렵지 않다. 이항정리를 이용하면 복잡한 거듭제곱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가능한 a×b의 꼴을 모두 적어 놓고, 조합 공식으로 각 경우에 맞는 수를 구해 써주기만 하면 된다.

이항정리로 미래를 엿본다

이항정리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삼각형을 만들 수 있다. 바로 파스칼의 삼각형이다. 파스칼의 삼각형은 이항계수를 순서대로 늘어놓은 삼각형 꼴의 모형을 말한다. 단 순하게 생겼지만 그 수학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파스칼의 삼각형.

자연수의 수열에서 피보나치의 수열까지 다양한 수열이 파스칼의 삼각형 속에 숨어 있다. 삼각형의 가로 방향의 합은 항상 2의 거듭제곱이다. 서로 다른 n개를 조합하는 모든 경우를 더하면 개라는 뜻이다. 삼각형의 대각선 방향의 합은 마지막 수의 반대 방향 아래에 있는 수와 같다. 짝수와 홀수 자리마다 서로 다른 색을 칠하면 신비로운 프랙털 무늬가 나타난다.

파스칼의 삼각형을 유리수 영역으로 확장하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확률이 정확히 1/2인 동전 던지기를 이항정리로 정리하면 종모양의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단위를 조금만 맞춰 주면, 이 곡선은 통계학의 뿌리를 이루는 정규분포가 된다.

정규분포는 값이 평균 근처에 모여 있고, 평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대칭인 종 모양의 확률분포를 말한다. 정규분포를 보면 왜 세상에 중간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시험이든 0점이나 100점보단 60점이나 70점이 많다. 성적이 정규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키와 몸무게에서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우리 주변의 많은 현상이 정규분포를 따른다. 여론조사를 할 때도 자료를 정규분포로 분석한다. 이항정리를 이해하면 앞날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셈이다.

이항정리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블레즈 파스칼.

ⓒ Own work | CC BY

파스칼의 삼각형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파스칼이 처음 발견한 것 같지만 이항정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미 기원전 400년 무렵 그리스의 유클리드가 이항정리를 언급한 기록이 있다. 그로부터 100년 뒤 인도의 수학자 핑갈라는 더욱 높은 차수의 이항정리까지 풀어 놓았다.

삼각형 모양의 전개식도 파스칼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송나라 수학자 양휘는 이항정리의 개념을 파스칼의 삼각형과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설명했다. 11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 오마르 카이얌도 임의의 정수 n에 대한 이항정리를 제시해 놓았다. 이항정리의 저작권은 인류의 역사가 갖고 있는 셈이다.

조합의 맛, 커리

우리가 즐겨 먹는 카레는 걸쭉한 소스 형태지만, 카레의 할아버지뻘인 인도의 커리는 묽은 국물에 가깝다. 끈적한 커리, 카레의 고향은 일본이다. 19세기말 일본은 영국을 닮고자 했다. 영국 사람이 즐겨 먹던 커리도 들여왔다.

ⓒ GIB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묽은 커리는 밥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묽은 커리에 밀가루를 섞어 끈적하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끈끈해진 카레는 찰기 있는 밥알과 찰떡궁합을 이뤘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영향으로, 커리보다 일본식 카레를 즐겨 먹게 됐다.

인도에서 커리란 카레처럼 특정한 소스가 아니라, 갖은 재료에 수많은 향신료를 섞어 만든 국물 있는 요리를 의미한다.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향신료 문화가 발달했다. 더운 기후에 향신료를 쓰지 않으면,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음식을 오래 먹기 위해 향신료를 썼지만, 인도사람들은 점점 향신료만의 독특한 맛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흘러 이슬람의 음식문화까지 전해지면서, 인도는 ‘향신료의 천국’이 됐다. 오죽하면 영국이 인도를 침략한 이유가 ‘양념’ 때문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커리의 맛은 향신료를 어떻게 섞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향신료의 조합’이 커리 맛의 비결이다. 인도에서는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혼합양념을 ‘마실라’라고 부른다. 마실라는 정해진 형태가 없다. 원하는 향신료를 알아서 섞어 만들면 된다. 계피, 육두구, 정향, 강황, 후추, 소금, 고추…. 차마 이 글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인도의 향신료는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그 조합인 마실라의 종류도 셀 수가 없다.

당연히 커리의 종류도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인도인이 커리의 종류가 자신들의 인구(13억)만큼 있다고 하는 건 결코 허풍이 아니다. 매일 먹는 카레가 아니라, ‘조합의 맛’ 인도식 커리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

・ ※ 본 콘텐츠는 Daum 백과사전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제작하였습니다.

이한기 집필자 소개

과학동아 에디터

출처

동아사이언스 칼럼
동아사이언스 칼럼 전체항목 도서 소개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과학의 원리와 인류가 이루어 낸 다양한 분야의 과학 기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수학

수학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문제는 선택이야! 이항정리와 커리동아사이언스 칼럼, 사이언스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