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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미꾸라지처럼 장호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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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나 메기, 코리도라스 같은 물고기를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면 특이한 행동을 볼 수 있다. 바로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행동이다. 이는 표면에 올라가 재빨리 공기를 삼키기 위함이다. 삼킨 공기는 소화관을 거쳐 장 말단에 가는 데 여기의 장벽에는 모세혈관이 조밀하게 분포해 있어서 기체교환이 잘 일어난다. 즉 장으로 호흡을 한다는 말이다. 장호흡 덕분에 미꾸라지는 물이 말라 산소가 거의 없는 진흙 속에서도 살 수가 있다.

포유류도 장호흡 가능하다

그런데 이 장호흡은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만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원리적으로 우리 같은 포유류도 장호흡을 할 수 있다. 포유류에 장 끝에 있는 직장에도 혈관이 촘촘히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유류에 항문에 산소를 넣어준다면 장호흡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의문을 실험한 사람이 있다. 일본 도쿄대 의대 교수인 타카노리 타케베 연구팀은 생쥐 한 집단은 저산소 조건(산소 농도가 8%)에 두고 다른 한 집단은 같은 조건에서 항문으로 산소를 주입했다. 그러자 저산소 조건의 일반 쥐는 11분만에 사망했지만 항문으로 산소를 주입받은 쥐들은 18분 동안 생존했다.

이때 미꾸라지처럼 직장의 장벽을 아주 얇게 만들어 산소가 더 많이 녹아들고 기체가 쉽게 교환되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약물로 쥐의 장벽을 얇게 만든 뒤 저산소 조건에 두었는데 놀랍게도 많은 쥐가 1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었다.

ECMO / Mechanical Ventilation O2-PFC enema O2-Perfluorocarbon(PFC) Mouse Rat Pig Loach Intestinal respiration Intact gut Mucosal Abrasion Gas Ventilation Liquid Ventilation Respiratory failure model Enteral Ventilation ECMO / Mechanical Ventilation O2-PFC enema O2-Perfluorocarbon(PFC) Mouse Rat Pig Loach Intestinal respiration Intact gut Mucosal Abrasion Gas Ventilation Liquid Ventilation Respiratory failure model Enteral Ventilation ECMO / Mechanical Ventilation O2-PFC enema O2-Perfluorocarbon(PFC) Mouse Rat Pig Loach Intestinal respiration Intact gut Mucosal Abrasion Gas Ventilation Liquid Ventilation Respiratory failure model Enteral Ventilation

사진 1. 포유류 장호흡 실험의 개요. 쥐와 돼지 실험에서 모두 장호흡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출처: 메드)

이런 방법은 장벽을 긁어서 하는 것인데 너무 번거롭고 위험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산소 기체를 주입하다는 대신 산소가 더 많이 녹아들 수 있는 산소 액체를 주입하는 방법도 실험해봤다. 이들이 사용한 물질은 바로 과불화탄소이다. 과불화탄소 용액에는 산소 분자가 아주 잘 달라붙기 때문에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데 많이 연구됐고 지금은 승인 취소됐지만 한 때 인공 혈액으로 실제 쓰이기도 했다.

연구진은 산소가 녹아 들어간 과불화탄소 용액을 쥐의 항문에 넣고 다른 대조 집단에는 소금물을 넣었다 그리고 저산소 조건에서 두 집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소금물을 넣은 쥐들은 활동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용액을 주입받은 쥐 집단은 활동에 문제가 없었다. 혈액 내 산소 포화도 역시 용액을 받은 쥐 집단이 훨씬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쥐보다 덩치가 훨씬 큰 쥐 집단에서도 관찰됐다. 항문을 통한 장호흡이 포유류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사람에게 응용한다면 코로나19 시대를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쥐와 돼지에서 과불화탄소 용액을 항문에 주입해 호흡을 돕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머지 않아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수많은 국가를 위기에 빠트렸던 것이 바로 중증 환자를 위한 산소통과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아까운 생명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위중한 환자나 고령 환자에게 장호흡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면 희소식이 될 것이다.

사진 2. 장호흡이 사람에게도 응용된다면 산소공급기가 없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사람도 항문을 통해 호흡할 수 있다는 연구가 어찌보면 엉뚱하거나 황당해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환자가 호흡 곤란을 겪으면서도 단지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향후 후속 연구를 계속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실제로 응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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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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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사람도 미꾸라지처럼 장호흡 가능할까?과학향기, KIST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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