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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범죄자의 유죄여부를 신의 개입으로 가려내는 중세의 재판 방식. 신의 뜻을 해석하는 방법으로는 신관들을 통해 직접 듣는 방법과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방법, 우연에 맡겨서 해석하는 방법 등이 있다.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 원시적이거나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피의자의 유죄 여부를 하느님의 개입에 의존하여 가려내는 중세 가톨릭의 재판 방식. 신성재판이라고도 한다. 신명재판은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신의 판단으로 간주하여 이를 재판의 근거로 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신권이 발달한 많은 나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신명재판은 인간의 범죄 여부를 신의 도움을 받아 가린다는 의미가 있어 형식과 절차에서 원시적인 면을 벗어나기 어려우며 때로 매우 극단적이기도 하다.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 있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든 신의 의지를 해석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신에 빙의(憑依)된 무당이나 신관들에 의해 신의 의지를 직접 듣는 방법, 색다르게 나타나는 자연 현상을 통해서 해석하는 방법, 점이나 복술을 통해서 읽는 방법이다. 신명재판에 있어서도 이러한 유형이 그대로 적용된다.
신의 판단을 직접 구하는 방법으로 피의자로 하여금 맹세를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맹세의 기본적인 형식은 신에게 구체적인 죄를 자복하고 아닐 경우에 대해서 여러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그 맹세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의례를 행하며, 맹세 후에 구체적인 징험(徵驗)이 나타나 옳고 그름이 판결되는 순서로 구성된다. '결백하지 않다면 나는 벼락을 맞을 것이다'라는 사례와 같다.
신의 판단을 간접적으로 구하는 방법에는 자연의 무생물이나 생물, 꿈 등을 통해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아프리카 뉴기니아에서는 피의자의 죄를 자백 받기 위해 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게 한 다음 붉은 독물을 마시게 한다. 독물을 마시고 나서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고 토해내면 죄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만약 이상 현상이 일어나거나 통제력을 잃으면 죄가 있는 증거라고 본다.
끓는 물에 손을 넣는 시험도 이와 같다. 끓는 물에 손을 넣어도 죄가 없다면 신이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근거가 된다. 불이나 뜨거운 철판 위를 걷게 하거나 몸을 대도록 하여 죄가 없다면 신이 그 몸을 상하지 않게 할 것이라는 방식도 동원된다. 자연적인 징조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도 이에 해당된다. 한 겨울에 꽃이 피었다든가 맹꽁이 떼가 몰려왔다거나 하는 일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의 왕과의 대결에서 나타나는 열 가지 자연 재해가 그 사례이다.
신명재판에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신의 의지를 우연에 맡겨서 판결하는 방법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경쟁, 제비뽑기, 각종 점복이다. 동물에게 싸움을 시켜 이기는 쪽에 하늘의 뜻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경쟁을 하는 방식은 일맥상통한다. 경쟁이란 인간이 하는 것이지만 그 최종적인 판결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전투에도 신의 뜻이 작용하여 다윗 소년이 골리앗을 물리친 것이며, 그런 까닭에 다윗은 왕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신명재판의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원고와 피고로 하여금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싸우도록 해서 누가 이기는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기는 사람이 옳고 지는 사람이 죄인이 된다.
제비뽑기도 우연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이 끼어 들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스 델피에 신전 앞에서 왕궁의 후계자가 될 사람을 제비뽑기를 하여 선택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성서에서는 주로 신의 의지를 읽는 방법으로 제비뽑기를 했는데, 국가의 재앙이 누구에 의해 오게 되었는지, 누가 성전에 들어가 분향을 할 것인지, 성전의 문지기는 누가 할 것인지, 제단의 불을 지필 순서를 정할 때 등과 같이 공적인 일을 할 경우에 사용되었다.
구약성서 여호수아편에는 새로 정복된 땅을 제비뽑기하여 일곱 지파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다 지파는 남쪽 영토를 차지하고, 요셉 가문은 북쪽 영토를 차지하는 등, 분할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시비의 잔재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제비뽑기가 유효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제비뽑기의 결과는 야훼 하느님이 정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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