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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02년 6월 13일 경기 양주시에서 친구집에 놀러가던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범죄는 미국이 제1차적 재판권을 가진다”는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에 따라 이 사건에 책임있는 두 명의 미군 병사는 미군 군사재판을 받았고,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무고한 두 여중생의 생명이 희생됐지만 누구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결과는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질렀고 반미감정과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소파협정이 개정돼 우리 측이 초동 수사를 위해 미군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게 됐다.
사고 발생
2002년 6월 13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옆을 지나던 신효순(당시 중2)양과 심미선(당시 중2)양이 같은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던 미2사단 44공병대 소속 장갑차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날은 전국 동시 지방선거 날이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국이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있던 시기였다. 왕복 2차로인 이 도로에는 평상시에도 대형 미군 차량들이 자주 다녔고, 인도가 따로 없어 주민들이 불안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갑차 운전자는 마크 워커 병장이었고, 선임 탑승자(관제병)은 페르난도 니노 병장이었다.
미군 자체 조사와 반미 여론 확산
주한미군은 훈련 중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사고 발생 6일 뒤인 6월 19일 미2사단은 “미군 장갑차 선임 탑승자(페르난도 니노)는 여중생 2명을 3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하고 운전병(마크 워커)에게 알리려 했으나 장갑차의 소음 때문에 제 때에 경고할 수 없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300여명이 경기 의정부시 미2사단 캠프 레드 클라우드 정문 앞에서 주한미군 규탄대회를 열었다. 경기북부 대책위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 사망한 여중생들을 추모하고 주한미군을 규탄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6월 27일 고 신효순·심미선 양의 아버지들이 장갑차 운전병과 동승 장교, 소속 부대장 등 미군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했다.
미군 당국은 자체 조사결과 미군병사들의 과실이 인정됐다며 마크 워커 병장과 페르난도 니노 병장 등 미군 2명을 과실치사죄로 미군 군사법원에 기소했다. 이들은 한국 검찰의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했다.
7월 8일 의정부지청에서 조사를 받기로 했던 두 미군 병사들은 신변 위협과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며 조사에 불응했다. 미군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한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7월 29일 두 미군 병사들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지만 이들은 미군 범죄수사대(CID)에서 모두 진술했다며 사고 경위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다.
7월 31일 숨진 여중생들의 49재 추모제가 경기 양주군과 서울시청앞 광장,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영정을 앞세우고 반미구호를 외쳤다. 8월 5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가 사고 지점 10~15m 앞에서 여중생들을 발견해 내부 통신 마이크로 운전병에게 네차례에 걸쳐 정지지시를 내렸지만 잡음 등으로 운전병이 이를 듣지 못한 통신장애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하면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두 미군 병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할 계획이지만,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수사결과와 검찰의견을 미군에 보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군, 소파(SOFA) 협정에 따라 재판권 이양 거부
8월 7일 주한미군은 미군 2명에 대한 재판권을 넘겨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사고가 공무중에 일어나서 재판권은 미국에 있고, 미국이 재판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재판권 이양은 불가능하다”는 게 미군 당국이 내놓은 이유였다.
이후 전국에서는 미군의 재판권 포기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미군은 유감을 표하고 배상금도 지급하면서 사건 수습에 힘썼지만 두 미군 병사에 대한 재판 결과는 한국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죄 평결…타오른 촛불시위
11월 20일 동두천 캠프 케이시 내 미 군사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대해 무죄 평결을 했고, 이틀 뒤인 22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게도 역시 무죄 평결을 내렸다. 공무중 발생한 과실사고라는 이유였다.
두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음에도 죄를 받지 않는 상황에 국민들의 분노는 가중됐다. 12월 14일 전국에서 10만여명이 집결한 최대규모의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특히, 12월 14일에 개최된 ‘주권회복을 위한 10만 범국민평화대행진’과 31일의 ‘100만 촛불평화대행진’은 불평등한 소파 규정과 미국의 오만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 집회시위였다. 미국 본토에서도 한국에서의 반미 확산을 중대한 정치적 사안으로 고려할 만큼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미쳤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에 나서기도 했다. 또 촛불집회가 이후 각종 집회에서 자신들의 의견과 주장을 피력하는 하나의 시위문화로 정착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불평등한 소파 개정 요구 폭발…10년 지나서야 개정
이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에 의해 발생한 사고는 소파 규정에 따라 1차 재판권을 미군측이 행사함으로써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어떤 실질적 권한도 갖지 못함에 국민들이 분개하게 되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소파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이 관련 시민단체와 언론을 중심으로 주장되었다.
소파 협정 제22조는 “한국에서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범죄는 미국이 제1차적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미군을 수사하거나 처벌할 권리가 없었다. 그러나 두 소녀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은 지 10년이 지난 2012년 5월 불평등한 소파협정이 “기소 전 신병 인도 절차 마련, 우리 측 초동 수사를 위한 미측 피의자 구금권 확보”로 개정되었다.
일지
- 2002년 6월13일 경기도 효촌리에서 신효순·심미선양 미 2사단 44공병대대 장갑차의 궤도에 깔려 숨짐
- 6월 20일 의정부 미 2사단 정문 앞에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살해 규탄대회’ 개최
- 6월 26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 및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1차 범국민대회’ 개최
- 7월 10일 법무부, 미군측에 재판관할권 포기 요청
- 8월 7일 미군, 법무부의 재판권 이양 요청 거부 통보
- 8월 18일 자주권 회복을 위한 성직자 시국선언 기자회견 및 여중생 추모와 규탄대회 전개
- 9월 14일 미군 장갑차 희생자 효순이·미선이 추모 문화제 개최
- 10월 1일 한총련 소속 대학생 살인미군 처벌 요구 미대사관 진입
- 10월 30일 범국민 서명운동 100만명 서명
- 11월 18일 미 군사법정에서 해당 사건 재판 시작
- 11월 20일 장갑차 탑제병 페르난도 니노 무죄 평결
- 11월 22일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 무죄 평결
- 11월 23일 살인미군 재판 무효와 주한미군 규탄대회 개최
- 11월 26일 광화문 촛불시위 시작
- 11월 27일 페르난도 니노, 마크 워커 본국으로 출국
- 11월 30일 광화문 추모촛불행사 1만 여명 참여
- 12월 2일 ‘여중생 범대위’ 방미 투쟁단 출국
- 12월 6일 ‘자주적인 나라 만들기 대회’ 전국 40개 지역에서 개최
- 12월 14일 ‘주권회복을 위한 10만 범국민평화대행진’ 전국 63개 지역에서 개최
- 12월 21일 ‘미대사관 촛불인간띠잇기 대회’ 진행
- 12월 31일 ‘재판 무효, 살인미군처벌, 부시 사과, SOFA 개정 100만 촛불평화대행진’
- 2003년 1월 25일 재판무효, 살인미군 처벌, 부시사과, SOFA 개정, 전쟁반대 자주평화 촛불한마당
- 2월 15일 이라크 공격 반대·한반도 전쟁 위협 반대 국제 공동 반전평화대행진
- 3월 1일 민족자주·반전평화 촛불대행진
- 3월 5일 광화문 100차 촛불평화대행진
- 3월 15일 이라크 침공반대·한반도 전쟁위협 반대, 3·15 반전평화촛불대행진
- 3월 22일 이라크 침략중단·한국군 파병반대·한반도 전쟁위협 반대, 반전평화촛불대행진
- 4월 12일 이라크 침략중단·파병철회·한반도 전쟁위협 반대,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
- 5월 2일 ‘6·13 효순 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 준비위원회’ 발족
- 6월 13일 6·13 1주기 추모대회 반전평화실현 촛불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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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 김재욱, 한국 반미운동의 의미구조에 관한 연구: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이후의 반미담론을 중심으로, 고려대 석사논문, 2004
- ・ ‘미군 장갑차 사건’ 일지···14살에 숨진 효순·미선이, 15년 지나도 못푼 원한, 경향신문, 2017.6.13.
- ・ 미군 장갑차에 사라진 효순미선 사고 14주기, 벌써 잊으면 안되는 이야기, 스브스뉴스, 2016.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