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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년 몽골은 고려를 굴복시키고 남송마저 완전히 통합한 후, 1271년 국호를 대원(大元)으로 고쳐 명실상부한 세계제국임을 선포했다. 원제국은 고려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많은 부분에서 고려의 자주성을 침해했다. 먼저 일본을 정벌하기 위하여 선박, 식량, 무기는 물론 고려군을 동원했다.

1274년 2만 5천 명이 동원된 1차 원·고려 연합원정군은 초반에 승전을 거두었으나, 태풍에 의해 절반 이상의 병력을 잃고 실패했다. 2차 원정을 위해 1280년 원나라는 고려에 정동행성을 설치하고, 강남에서 10만 대군, 고려군 4만 명을 더 동원했으나 태풍 때문에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고려는 많은 함선을 잃어 해군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말았다. 이는 장차 고려가 왜구의 침략에 혹독하게 시달리는 원인이 되었다.

원나라는 일본 정벌이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동행성을 계속 유지하여 고려의 내정간섭 기구로 삼았다. 그리고 만호부를 설치해 고려의 군사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화주에는 쌍성총관부를 설치하여 철령 이북을 직속령으로 포함시켰으며, 자비령 이북의 땅을 빼앗아 1270년 서경에 동녕부를 설치했다. 또한 1273년에 제주도에 탐라총관부를 설치하여 목마장을 경영했다. 동녕부와 탐라총관부는 각각 1290년과 1294년 돌려받았지만, 쌍성총관부는 1356년 공민왕이 무력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 충목왕, 충정왕, 그리고 공민왕에 이르는 고려의 왕들은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원 황제의 부마가 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왕의 호칭과 격이 부마국에 맞춰지면서 관제도 개편되었다. 충(忠)은 원나라에 충성한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원나라의 힘이 온 나라에 미치자, 홍다구와 같은 부원세력들이 활개를 치게 되었다. 이들은 원수의 힘으로 형제를 괴롭히는 희대의 역적들이었다. 오잠, 유청신 등은 고려를 원나라의 일개 지방으로 만들자는 등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원나라는 인삼, 매, 금, 은 등 특산물을 징발했으며, 공녀라는 명목으로 고려의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 이로 인해 조혼(早婚)이 성행하는 등 생활풍습 전반에 변화가 생겼다. 원나라의 수탈로 인해 백성들의 생활이 극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힘 없는 고려 조정은 원나라와 백성들의 눈치를 보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원 간섭기의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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