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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

火星探査

인류는 왜 화성을 생각하나

우리 선조들은 지구 밖 공간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신들의 영역이라 보았다. 그래서 이런 전래 동요도 나온 게 아니던가.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 년 만 년 살고 지고 천 년 만 년 살고 지고

그러나 이런 상상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탄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발을 내디디면서 깨져버렸고, 달은 이제 더 이상 신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달을 정복한 인간은 다음에 정복할 천체로 화성을 지목했는데, 여기엔 그럴만한 충분한 까닭이 있었다.

화성 생명체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지오바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Virginio Schiaparelli)는 화성을 관측하다 표면을 뚜렷하게 가로지르는 선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이탈리아 어로 줄을 뜻하는 카날리(canali)라고 명명했는데, 문제는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운하를 의미하는 카날(canal)로 오역한 데 있었다. 즉 스키아파렐리의 발견은 ‘화성에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한 운하가 있다’, ‘화성에는 대형 운하를 건설할 만큼의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등등의 얘기로 확대 재생산됐고, 이런 분위기는 19세기 말 더욱 증폭됐다.

화성 표면 있는 줄을 보고 사람들은 화성에 운하가 있고 운하를 만들 수 있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믿게 됐다.

ⓒ 위키피디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우주에 인간보다 지능이 월등히 높은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행성이 우리를 위협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화성인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첨단 장비와 지능으로 우주를 살피다가 마침내 지구라는 희망의 별을 찾아냈다. 그들의 눈에는 인간들이 어떻게 비칠까?”

1898년 영국의 소설가 웰스(Herbert George Wells)가 내놓은 과학 소설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인간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 가는 지적인 화성인을 이렇게 그려놓았고, 화성 고등 생명체는 인간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됐다.

톰 크루즈 주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우주 전쟁’

화성의 괴생명체가 지구를 습격한다는 내용으로 화성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영화와 소설로 만들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동아일보, 위키피디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924년 8월 화성 고등 생명체와 그 흔적을 찾으려는 열정은 지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화성인이 보냈을지도 모를 지적인 신호를 듣기 위해 민간 및 군 방송국을 포함한 모든 방송국이 3일간 전파 송출을 하지 말자는 운동을 펼쳤고, 미군은 외계 전파를 해독하는 부서와 책임자를 임명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의 무선 통신 교환수들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전파 음을 들었다고 보고했다. 그 때의 열광적 분위기는 화성인이 보낸 전파 음을 잡아보려는 시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스위스의 알프스에 차린 관측소에서 화성을 향해 전파 신호를 쏘아 보냈고, 일단의 천문학자들은 천체망원경으로 다가오고 있는 화성 표면을 면밀히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성 생명체를 상기시킬만한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다.

세월은 40여 년이 흘러 과학자들은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작업에 들어갔고, 최초의 화성 탐색선인 마리너 4호가 1964년 11월 28일 지구를 떠나 1965년 7월 14일 화성 상공 1만여km 부근을 지나며 20장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사진 속에 화성의 분화구는 또렷이 들어 있었으나, 운하로 인식될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1969년 2월 24일과 3월 27일, 더욱 정교한 관측을 하기 위해서 발사된 마리너 6호와 7호가 화성 상공 3200여km 지점을 선회하며 200여 장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화성은 지구만큼이나 복잡한 지질학적 변화를 겪었음이 드러났지만, 이 사진 속에서도 화성 운하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어 1971년 5월 30일 지구를 떠나 11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마리너 9호는 먼지 폭풍이 가신 후인 12월부터 화성 곳곳을 자세히 조사해서 화산, 거대한 계곡, 극관의 미세한 층리,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 등과 같은 지난 마리너 우주선들이 찍어 보내지 못한 영상 7천여 장을 전송했으나, 여전히 운하에 대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화성 전 표면을 샅샅이 훑었는데도 운하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화성 표면에 직접 착륙시키는 구상을 하게 됐고, 바이킹 1호와 2호가 그 임무를 띠고 1975년 8월 20일과 9월 9일에 화성을 향해 출발했다. 화성의 토양은 대부분 규소와 철로 이루어졌으며, 화학적으로는 산소와 결합한 상태였는데 화성이 불그스레한 색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95%)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질소(2.6%), 아르곤(1.6%)이 그 다음을 이었으며 대기압은 지구의 150분의 1에 불과했고, 지표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렇듯 화성은 산소도 없고 기압은 무척 낮은데다 물까지 없는 등 생명체가 숨 쉬고 있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1975년 바이킹 계획에 따라 발사되는 우주선

바이킹 탐사선은 화성 표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 동아일보, 위키피디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주선 마리너의 조사를 통해 화성에 고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셈이었다. 그래도 화성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거두진 않았는데 바이킹 탐사선이 그 마저도 거둬갈 판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일부 학자들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채 바이러스 수준의 생명체는 화성 지표 아래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그런 추측에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사건이 1996년에 일어났다.

“1984년 남극의 빙하 지대에서 발견된, 1만 3000여 년 전 지구에 낙하한 ‘앨런힐스 84001’이라 부르는 화성 운석 속에서 외계 생명체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 생명체는 단세포 구조로, 전자 현미경과 레이저 분광기로 분석한 결과 35억 년 전 지구에 생존한 박테리아와 흡사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화성 생명체 옹호론자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이 발표를 반갑게 받아들였지만, 그 반대편 학자들은 이 생명체가 남극의 얼음 속에 갇혀 있는 동안 오염된 지구 생명체일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1년 11월 26일 지구를 떠난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의 주 임무도 화성 생명체에 대한 흔적을 찾으려는 것이다.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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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의 또 다른 목적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화성탐사는 화성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 큰 목적이었으나, 그 이후 우주 개발이라는 목적이 추가되었다.

우주 개발은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약된 것이어서 이로부터 얻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 가정의 책상에 한 대씩은 앉혀 놓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도 우주개발이 낳은 산물이다. 1960년대의 컴퓨터는 집채만 했는데, 이만 한 크기를 우주선에 탑재시킬 수는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화 작업에 매진했고, 그 결과 반도체 칩 같은 고집적 부품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곧 LED TV, 핸드폰 같은 전자제품을 낳는 기술로 이어지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우주선이 지구를 벗어나려면 대기와의 마찰로 수천 도에 이르는 열에너지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불에 타지 않는 물질 연구를 진행했다. 지구보다 중력이 약하거나 강한 곳에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고 동식물이 어떻게 작용하고 성장하는지를 살펴 의료와 가축과 농작물 재배에 활용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보다 월등히 향상된 항공기와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데 이용할 수 있고, 레이저와 다탄두 로켓과 로봇 같은 군사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 열거한 몇몇 예는 우주개발이 가져다 줄 선물 중 세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이용할 거의 모든 제품의 뿌리는 우주개발과 연관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화성탐사는 무진장한 이득을 안겨다주는 보물인 셈이다.

인류는 1969년에 달을 정복해 놓고 4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 이 시간까지도 지구 옆 행성인 화성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화성까지가 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멀기 때문이다. 사실 아폴로 우주선이 달까지 가는 데는 3~5일이면 충분했으나, 화성까지는 지구와 가까워지는 때를 그 출발 시기로 잡더라도 현재의 과학기술로 5개월 이내로 줄이기는 어렵다. 여기서 우주선의 동력과 비행에 대해 살펴보자.

우주선이 천체를 탈출하려면 엄청난 순간 폭발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아폴로 11호에 장착된 새턴 로켓(Saturn Rocket)은 무게가 3000t이 넘는데, 대부분이 연료의 무게다. 이 엄청난 연료를 단시간에 뿜어낸 반발력으로 솟구쳐 올라야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우주선에 사용하는 연료는 고체와 액체가 있다. 고체 연료는 화약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보관이 쉬운 반면 불꽃 제어가 힘들다. 반면 액체 연료는 보관은 불편해도 노즐(nozzle)을 이용해 잠그면 되기 때문에 불꽃 제어가 용이하고 폭발력이 우수해서 이를 더 비중 있게 사용한다. 우주선의 연료에는 산화제를 넣어주는데, 고공으로 오를수록 산소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연소가 일어나려면 산소 없이는 안 되므로, 우주선 연료에 산화제를 넣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선에 장착하는 화학 연료는 그 자체 무게만도 엄청나서 이상적인 동력원이라고 볼 수 없다. 어차피 태워서 써버릴 연료를 싣기 위해 그 무게를 지탱할 만한 연료까지 추가로 실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경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원자력이다. 석유 1kg이 내는 에너지는 1만kcal 정도지만, 우라늄 1kg은 그것의 200만 배가 넘는 200억kcal 남짓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런 차이라면 누가 보아도 우주선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군침이 돌만하다. 그러나 원자력을 우주선에 이용하려면 방사능 누출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완벽히 마련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과학기술이 아직은 이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우주선이 천체의 중력권을 벗어나면, 관성을 이용해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비행할 수 있다.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등속 운동을 하는 물체는 그 상태를 계속 이어 가고 싶어 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계속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지면과의 마찰로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추가로 써야 하는 것이다. 반면 진공이라면 어떻겠는가? 마찰이 없으니 에너지 소모가 없어 속도를 높이지 않는 한 추가 에너지는 필요하지 않는데, 그런 곳이 바로 우주 공간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별도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동일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이유다.

화성으로의 유인 우주 비행

마리너 우주선, 바이킹 우주선, 1996년 12월 4일 발사한 패스파인더호, 2012년 8월 6일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를 싣고 간 MSL(Mars Science Laboratory; 화성과학실험실) 탐사선 등 현재까지 화성을 향해 발사한 우주선은 모두 다 무인(無人) 우주선이다. 어찌 보면 단지 사람 몇 명 태웠냐 아니냐의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길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무인과 유인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무인우주선은 연료만 넣어서 실어 보내면 되지만, 유인우주선은 우주 비행사들이 5개월에서 8개월 동안 먹을 음식물과 그것을 넉넉히 채울 공간이 필요하다.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마실 물과 들이킬 산소와 그 외에 필요한 여러 필수품들은 또 어찌 하겠는가? 이들 무게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소변과 대변이라는 생리적 결과물의 처리도 곤혹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고민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비행이라, 우주 비행사들에게 무기력증이나 의욕상실감 같은 이상 증상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또 신체 건강한 사람을 우주비행사로 선발했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하게 급작스레 발발하는 맹장이나 심혈관계 질환은 크나큰 고민거리다. 만약 이런 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위급 상황으로 넘어간다면 지구로 귀환할 수도 없고 화성으로 무작정 갈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며칠 정도의 우주 비행이라면 응급조치를 취하고 어찌어찌 버텨볼 수 있겠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 절대 안정이 필요한 환자를 데리고 그 오랜 동안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화성으로의 유인 비행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응급과 위기 상황에 즉각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고 없이 화성 근처에 도달했다고 해도 고민은 여전하다. 우주 비행사를 태운 모선(母船)이 화성에 착륙하느냐, 착륙선만 화성에 내려가느냐도 또 하나의 큰 고민거리다. 아폴로 11호처럼 착륙선만 화성 땅을 밟는다면, 누군가는 모선에 남아 우주비행사들이 귀환할 때까지 화성 주변을 선회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장시간의 우주 비행 끝에 화성에 겨우 발을 디뎠는데 하루 이틀 머물고 지구로 돌아간다면 아쉬움을 떠나 밑져도 너무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화성에서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체류할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모선에 남은 우주 비행사는 그 기간 동안 무료하게 화성 상공을 선회하면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이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모선이 화성에 착륙하면 고민은 더 커진다. 수개월, 수년을 화성에서 보내고 지구로 귀환할 때 모선을 어떻게 띄워 올릴지가 숙제다. 몇 명의 우주 비행사가 화성에 케이프 케너배럴 같은 우주 발사장을 세울 수도 없는 일이고, 우주 발사장이 있다고 해도 모선을 띄워 올릴 로켓 연료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해 탈출 속도를 내는데 지구 대기권을 벗어났을 때의 연료만큼은 아니어도 상당량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주 비행사들은 힘겹게 도착한 화성에서 미아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화성으로의 유인 우주 비행은 큐리오시티 로봇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우주 비행의 양대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2020년 후반에서 2030년 초반 사이에 유인 우주선 화성 발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 NASA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ㆍ7m 안에 있는 흙이나 바위에 레이저를 발사해 증발시킨 뒤 거기서 나오는 빛을 분광기로 분석해 성분을 조사한다.
ㆍ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 화성 표면의 모습을 찍는다. 하나는 좁은 영역을, 다른 하나는 넓은 영역을 찍을 수 있다.
ㆍ기압과 습도, 풍향, 기온, 자외선 세기 등을 측정한다.
ㆍ몸통 안에는 화성에서 채취한 물질을 분석해 유기물질이나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장치가 들어 있다.
ㆍ2.3m까지 늘어나는 로봇팔에는 카메라와 분광기가 달려 있어 바위와 흙을 자세히 볼 수 있다.
ㆍ안테나.
ㆍ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이 들어 있는 물질의 분포와 양을 측정해 물이나 얼음을 찾아낸다.
ㆍ착륙하는 동안 지표면의 사진을 찍는다. 이를 이용해 착륙지 주변 지역의 지도를 만든다.

화성의 지구화

화성탐사의 최종 목적은 화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화성의 지구화’라고 한다. 화성을 지구화하려면, 우선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갖추도록 해야 하는데, 지구와 엇비슷한 수준의 대기, 지구에서 느끼는 사시사철 정도의 온도 변화, 농작물을 재배하고 소와 돼지와 닭을 키울 수 있는 농지와 토지 등의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게 하루 이틀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래서 화성에 도착한 사람은 어찌됐든 상당 기간 중력이 지구와 달라서 빚어지는 화성의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야 한다.

지구에서 화성기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실어나는 모습(상상도)

화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들기 위해 화성기지를 건설한다.

ⓒ 박장규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젖어든 지구의 환경 가운데 하나가 ‘공기의 누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너무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버린 탓에 미처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공기가 퍼져 있고 이것이 우리의 몸을 짓누르고 있다. 이 힘이 대기압(大氣壓, atmospheric pressure)인데, 줄여서 기압이라고 부른다. 기압이 상승하면 기체의 용해도는 증가한다. 말하자면 압력이 높을수록 기체는 잘 녹는다는 얘기다. 1803년 영국의 화학자 헨리(William Henry)가 이 사실을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 ‘헨리의 법칙’이라 한다.

이런 대기와 대기압은 중력의 영향에 절대적이다. 달에 공기가 없는 이유가 중력이 약해 대기를 잡아두지 못하기 때문인데, 지구보다 질량이 작은 화성도 중력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지구의 중력은 화성의 2.6배가량이며, 이는 곧 화성의 대기압이 지구보다 약하단 말이다.

우리가 지구상의 지표와 해수면에서 느끼는 대기압은 1기압 정도고, 우리 인체는 이만큼의 대기압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지표에 비해 대기압이 낮은 고산 지대, 예를 들어 해발 2500미터 이상의 산에 오르면 두통과 구토, 현기증과 감각 이상 등의 증세를 겪는다.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을 9.8이라고 하면 화성의 상대적인 중력은 3.8(9.8/2.6) 정도로, 이는 우주왕복선의 비행 고도인 지상 400km(중력 8.7)와 정지 인공위성이 공전하는 고도 3만 6000여 km(중력 0.22) 사이의 값이다. 화성의 중력 환경은 인공위성이 머무는 공간과 비슷하다.

인체 속 공기는 지구 대기압에 익숙해 있는데, 기압이 낮은 화성에 도착하면 기체의 용해도가 일순 낮아지며 액화되었던 몸속 공기가 기체로 변한다. 혈액 속의 공기가 기화하면서 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외부 압력이 약해진 탓에 폐 속 기체의 밖으로 미는 힘은 상대적으로 강해져 폐는 터져버리고 만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화성을 거닐 때에는 화성의 중력과 대기압을 견디게 해줄 특수 우주복을 입고 다녀야 하고, 건물 내부의 기압은 지구 대기압에 맞춰 놓아야 특수 압력복을 입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여기서 보듯 우리가 화성을 맘 놓고 거닐기 위해선 일단 대기가 중요하다. 대기가 부족한 화성은 기압 차로 인한 치명적인 상해 말고도, 살인 광선을 막아주질 못한다. 지구 상공의 오존층은 자외선을 막아주지만, 화성은 대기가 풍족하지 못해 오존층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그래서 태양광 속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로 낙하할 수밖에 없고, 피부암의 원인인 이 빛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대기를 풍족하게 하는 방법으로 화성의 극쪽에 얼음 상태로 쌓여 있는 물질을 이용하려 한다. 길이가 수km 남짓한 거대 반사판을 화성 상공에 띄워놓고, 태양빛을 극관 쪽으로 향하게 해 고체 상태의 물을 기체 상태로 상전이 시킨다. 화성의 극관 쪽 얼음에는 이산화탄소가 다량 들어 있는데, 이것이 기화되어 화성의 대기 중에 퍼지면 온실효과가 일어나 자연스레 화성의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가 상승하면 화성 상공에는 기체가 더욱 많이 쌓이게 돼 대기압이 증가하고, 그러면서 오존층도 생겨나 자외선을 차단해줄 수 있게 된다.

이런 화성의 지구화 과정을 화성에 있는 물질로만 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어느 정도의 물질은 공급해줘야 하는데 이때 가져가야 할 첫 순위 물질이 액화수소다. 액화수소는 화성에 얼마든지 있는 이산화탄소와 어우러져 메탄과 수증기를 만들어낸다. 메탄은 요리를 하고 난방을 하는 데 이용하는 천연가스여서 이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연료 문제는 해결된다. 메탄을 연소시키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산소는 액화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서 얻은 물을 전기분해해 얻고, 그 과정에서 생긴 수소와 화성의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서 메탄과 물을 재생산하면 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또한 메탄은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화성에 도착한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는 데도 이를 십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기초 공사가 일단락되면 화성의 대지를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지구의 땅속에는 지렁이를 비롯해 각종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이 지구의 토양을 거름지고 살찌게 해주는 동력원으로, 지구의 이런 생명체들을 화성의 토양에 옮겨놓으면 풀이 자라고 나무와 식물이 번성하며 소와 말이 뛰어다닐 수 있는 녹색의 대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화성 환경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미생물과 동식물이 공수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포화 상태다.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자원은 고갈돼 가고, 공해 문제와 그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과학자들의 예측에 의하면 화성의 지구화는 수 천 년 동안 이런 식으로 서서히 진행될 거라 하는데, 그때가 되면 화성탐사의 목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 박장규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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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영 집필자 소개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원자핵 물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과학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블랙홀 랑데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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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화성탐사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2, 강석기 외, 과학동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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