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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 타계

2008년 연감 보러가기 / 세계 / 세계문화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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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반체제 작가이자 ‘러시아의 양심’으로 대변되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2008년 8월 3일 밤 11시35분경 심장마비로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극작가이면서 역사가인 솔제니친은 불타협의 정신을 견지한 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의 생애와 문학은 체제로부터의 탄압과 이에 맞서는 불굴의 저항정신으로 점철돼 있으며 사회주의 사회에 현존하는 모순과 비인간성을 적발하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여 20세기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썼다.

1918년 카프카즈(코카서스)의 키슬로보드스크시에서 태어난 그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출생 직전 여의고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물리, 수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모스크바의 역사, 철학, 문학 전문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포병 장교로 전쟁에 자원 입대해 근무하던 중 스탈린의 분별력을 의심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가 1945년 투옥돼 10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의 데뷔작은 1962년 문학지 노비미르에 발표한 단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였다. 수감시절의 시련을 그려낸 이 작품을 읽고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시초프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솔제니친은 소련뿐 아니라 해외서도 주목받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이어 ‘마트료나의 집’, ‘크레체토프카에서 생긴 일’, ‘공공을 위해서는’등의 작품으로 작가로서의 입자를 굳혀갔으나 브레즈네프 서기장 취임 후 문화활동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그는 반체제인사의 꼬리표를 달고 급기야 1969년 옛 소련 작가 동맹에서 제명됐다.

그는 이어 ‘제1원’과 ‘암병동’등 자신의 주요 작품들을 서방 세계에서 출판하면서 197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비밀리에 집필한 ‘수용소 군도’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1973년 프랑스 파리에서 가까스로 출간됐으나 이로 인해 반역죄로 몰려 이듬해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은 후 독일, 스위스를 거쳐 미국에서 긴 망명생활에 들어간다. 망명 16년 만인 1990년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하고 4년 뒤 고국의 품에 안겼다.

조국에 돌아와서도 물질주의 등을 비판하며 전통적인 도덕과 가치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솔제니친은 1998년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수여하기로 한 러시아 최고권위의 ‘성 안드레이 피르보조반니사도’ 훈장도 ‘러시아를 파국으로 이끈 정권이 주는 상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는가 하면 민족주의와 조국의 부활을 바라는 심정에서 러시아의 재건을 내세우던 블라디미르 푸틴 전(前) 대통령에게 지지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7년 6월 ‘러시아 예술가들의 최고 명예’로 꼽히는 국가공로상을 받은뒤 영상으로 전한 수상식 인사말에서 “나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역사가 우리의 기억뿐 아니라 양심을 되살린다는 것을 믿는다”며 “러시아가 거쳐온 고난은 우리가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우리를 파멸로부터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발간에 들어간 그의 작품 전집은 2010년 완결될 예정이었지만 그는 끝내 이를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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