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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정부의 일련의 정책이나 대우에서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공교롭게도 사소한 정책 실수에서 시작했다. 건설교통부가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국토지리정보 ‘알고가’에 사찰의 위치 정보가 누락됐던 것. 반면 기독교 교회는 규모가 작아도 모두 들어가 있어 ‘불심’을 더 자극했다. 이어 언론의 잇단 불교계 편향 사례 보도가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불교도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 7월 29일 불거졌다. 불교의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의 수장인 지관 스님의 승용차가 경찰의 검문을 받는 ‘사건’이 나왔고 이후 검문 과정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불경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여기에다 촛불 집회로 경찰의 수배를 받던 16명의 시국 사건 관련자가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로 피신해 농성을 이어가자 ‘종교 편향’ 지적은 정치 상황과 맞물려 더 꼬이기 시작했다. 불교계는 8월 4일 불교 관련 단체와 시민 활동가, 범종단 총무원 등이 참여하는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조직적인 항의를 벌이기로 결정한데 이어 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 책임자인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촛불시위 피신자의 선처, 제도적 재발방지책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연석회의는 8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범불교도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주요 사찰에서 상경한 불교 신도와 스님 등 20만 명(경찰 추산)이 모여 3시간여 법회를 연 다음 조계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흘 뒤 조계사 경내에서는 삼보 스님이 배를 흉기로 그어 자해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반응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불교계 여론이 가라앉기를 바랐다. 불교계와 정부가 대립하던 국면은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9월 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이어 당일 밤 생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불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머리를 숙였다.
또 지역별로 열기로 한 범불교도 대회도 ‘규탄대회’에서 ‘국민화합과 종교차별을 막는 실천대회’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어 9월 10일 지역별 불교도 대회 준비모임이 열린 대구 동화사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갑자기 나타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사과하려고 했으나 지관 스님은 외면하는 등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역별 불교도 대회는 11월 1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후 더 열리지 않았다. 이미 대통령의 사과와 어 경찰청장의 사과 ‘의지’ 표명으로 불교계의 정서는 크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종교 편향과 관련해 공무원법을 개정하는 등 종교 중립을 천명한터라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불교계는 평가했다.
게다가 조계사 대웅전 뒤편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던 시국 관련 수배자 6명이 10월 29일 모두 사라져 시국 사범에 대한 선처 요구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어 경찰청장은 11월 17일 조계종을 찾아 사과했고 불교계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종교편향과 관련, 불교계의 입법 요구는 국회의 선거법 개정안 등으로 반영돼 연말에 국회에 상정,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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