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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연감

구태 벗은 정치권

2008년 연감 보러가기 / 정치 /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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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격변했지만 기존 행태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다. 총선직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이른바 ‘사정정국’이란 말이 유행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촉발된 뇌물 수수사건을 시발로 영부인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 관련 금품 수수의혹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당장 ‘언니게이트’란 말이 유행됐다. 결국 김 씨는 공천을 미끼로 30억 원대의 거액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또한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군납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권에 대해 공세를 펼친 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에선 김재윤 의원이 병원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총선에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 후보로 추천해주는 대가로 6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친박연대에선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공동대표와 양정례ㆍ김노식 의원이 모두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국회의 성적도 초라하기만 했다. 특히 여야는 제18대 국회 임기 개시 후 82일간이나 공전하면서 국민에게 실망을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8월 26일 원구성이 완료됐지만 여야는 한ㆍ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과 수도권 규제완화,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 등 사안마다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는 구태를 보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추경예산안 4조5천685억 원을 처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첫 정기국회 국감에선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정조사까지 했지만 신구 정권의 책임 공방으로 일관하는 등 정치공방에 치중했다.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 소위 구성을 놓고 신경전을 펴다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심의가 늦어져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는 ‘위헌 상황’이 재연됐다.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절충력과 정파 이기주의 등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은 ‘입법전쟁’, ‘속도전’과 같은 전투적인 용어까지 동원하면서 법안 드라이브를 걸었다.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여권의 전술은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국회는 한ㆍ미FTA 비준안 상정을 놓고서는 야당 의원이 해머까지 동원하는 극단적인 폭력성을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을 실력 점거하고 이에 맞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농성 중인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등 과정에선 과거 국회에서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추태가 목격됐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국회 사무총장의 책상에 올라가 발을 구르고 의장실 문을 발로 차는 등 도를 넘는 행동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끝없이 밀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2008년의 마지막 날까지 최종협상을 벌였으나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안과 한ㆍ미FTA 비준동의안의 처리방식과 시점을 놓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다가 결렬을 맞았다.

결국 여야는 해를 넘겨서야 민생법안 일부를 처리하자는 선에서 겨우 합의점에 도달했지만, ‘폭력국회’, ‘무능국회’라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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