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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초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출범으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이건희 전 회장의 기소로 이어지면서 한 해 내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 수사로 인해 국내 기업총수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이 전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법정에 섰지만 주된 혐의였던 경영권 불법승계에 대해서는 항소심까지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둔 ‘삼성사건’은 재벌그룹 총수의 경영권 승계나 차명 주식 보유와 관련해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한편 이 전 회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에버랜드 사건 등 해묵은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과 이 전 회장을 직접 겨냥해 특검 수사가 시작된 것은 한때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김 변호사의 ‘폭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X파일’ 사건이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 등과 맥이 닿아 있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결국 특검이 임명돼 수사가 시작됐다.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 조성, 정ㆍ관계 로비 의혹으로 나뉘어 진행된 수사는 특검이 수사 착수 닷새 만에 이 전 회장 집무실과 이학수 전 부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어 삼성 본관과 이 전 회장 자택 등이 차례로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이 전 회장과 부인 홍라희 씨, 아들 이재용 전무를 비롯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줄지어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삼성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99일간의 숨 가쁜 수사 끝에 특검은 이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등 삼성 핵심 임원 8명을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한지 20여 년 만에 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퇴진했다. 이 회장의 이런 단안에 따라 그의 부인 홍라희 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사임한 뒤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검에서 조세포탈로 문제가 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재산)는 실명전환을 거쳐 누락된 세금 납부 후 개인 이익이 아니라 사회 등의 유익한 일에 쓰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전략기획실 해체에 맞물려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장을 맡고 있던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를 마친 뒤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 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을 4~5년 내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상속ㆍ승계 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재계와 삼성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이 13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지만 특검은 이목이 집중됐던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 종결 처리해 ‘부실수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검은 또 배임의 이득이나 포탈 세액이 천문학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고육지책’을 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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