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정의

배, 사과와 같은 과수나무에 가장 치명적인 세균병. '불마름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잎과 줄기, 열매가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해 나무 자체를 고사하게 만든다.

원인

화상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는 장내세균과에 속하는 운동성이 있는 그람 음성의 통성혐기성 간균이다. 높은 강수량과 긴 개화시기에 발병하며, 최저 3℃에서 18~31℃의 고온의 환경에서도 생장할 수 있다. 1780년 미국의 뉴욕주에서 최초로 발견된 기록이 남아있어 북미지역이 원산지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1919년 뉴질랜드, 1957년 영국에서 발생하며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전파 경로

따뜻하고 습기가 있는 봄날씨에 남아 있는 병무늬의 세균이 표면으로 작은 점액방울 형태로 스며나온다. 이렇게 흘러나온 세균은 곤충·바람·비에 의해 다른 꽃, 잎, 작은 가지로 전파된다. 늦봄과 이른 여름에 나무의 관다발조직을 통해 위로 1m 이상의 세포와 세포 사이로 번져 조직은 거무스름하게 변하면서 죽게 된다. 겨울을 난 가지나 줄기에서는 병무늬 가장자리에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세균만이 봄에 다시 이 병의 주기를 반복한다.

특징

이 병에 매우 민감한 식물인 배나무·사과나무·능금나무류·퀸스 등은 불에 그을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죽는다. 약간 움푹 들어간 둥근 병무늬는 암갈색 또는 자줏빛을 띤 검정색으로 윤곽이 뚜렷하다. 흔히 작은 가지, 가지, 줄기 끝에 생겨서 가지마름병을 일으킨다. 열매는 물에 흠뻑 젖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갈색이나 검정색으로 변하면서 시들어 주름이진다.

그밖에도 아몬드, 채진목속(采振木屬, Amelanchier), 살구, 아로니아속, 벚나무류, 섬개야광나무속, 능금나무류, 산사나무, 홀로디스쿠스속, 명자나무, 비파나무, 서양모과, 마가목, 포티니아속, 서양자두, 양지꽃속, 피라칸타속, 퀸스, 나무딸기, 장미, 조팝나무류, 장미과의 식물들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병에 걸리면 갑자기 꽃, 열매, 잎, 작은 가지와 큰 가지 등이 갈색 내지 검정색으로 변하면서 시들어 죽는다.

예방

화상병을 예방하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발생지역의 월동기에 동제화합물을 1회, 개화기에 스트렙토마이신 수화제 등의 항생제를 두 차례 살포한다. 미발생지역은 월동기에 동제화합물 약제를 살포하여 예방한다. 또한 가지나 잎, 꽃, 열매등이 갑자기 시들거나, 구부러지거나, 흑색으로 변하는 지 주의 깊게 관찰한 뒤 신고하여 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피해 현황

북아메리카, 유럽의 일부, 뉴질랜드, 일본 등지에서 배와 사과 농장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2000년 미국 미시간주의 사과 과수원은 화상병으로 인해 35만에서 45만주의 묘목이 고사했고, 약 600~900만㎡의 과수원이 문을 닫았다. 한국에서는 2015년 충남 천안의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2016년에도 배나무 1,600여 그루를 뿌리째 뽑아 매몰처리했다. 2017년 1월에는 안성의 한 배나무 과수원에서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아 반경 100m 내 과수원 3곳과 1만 2,000여 그루의 배나무를 폐기해야 했다. 안성에서 발발한 화상병은 한국에서 발생한 첫 겨울철 화상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