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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스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일기〉는 27~36세 때 쓴 것이다(일기). 토머스 셸턴이 개발한 속기법으로 쓴 일기는 125만 단어로 피프스 장서에 보관된 4절지 6권의 분량이었다.
그의 〈일기〉는 단순히 작자의 생각과 행동을 담은 것이 아니다. 그는 인생을 그리는 데 필수적인 일과 사소한 일을 구별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일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일기〉는 성경과 제임스 보스웰의 〈새뮤얼 존슨의 일생 Life of Samuel Johnson〉 다음으로 영국인들의 침대머리 맡에 놓여지는 책일 것이다. 누구든지 〈일기〉의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국왕 찰스 2세의 삶과 정력적이고 호기심 많고 열심히 일하면서 삶을 즐겼던 작자의 인생에 몰두하게 된다. 피프스는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졌고 모든 일을 알려고 했다.
그에게는 지루한 순간이 없었고 지루함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일기〉의 코믹한 대목 중 하나는 스탠키스라는 그의 시골 사촌이 런던 그의 집에 머무르려 상경할 때 벌어진 촌극이다. 피프스는 사촌에게 런던 풍경을 보여주려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맙소사! 스탠키스가 벌인 소동이라니. 그는 런던의 군중에 휩싸여 거리를 걷는 것조차 겁을 냈고 아내와 애쉬웰이 제의한 연극구경, 화이트 홀(정부청사) 방문, 사자구경 등을 모두 거절하고 역마차만을 타고 다녔다. 이 세상에 그만큼 호기심이 없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피프스는 적절한 몇 마디 단어로 어떤 장면이나 사람을 간략히 묘사할 줄 아는 저널리스트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본 내용을 짤막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 그의 아주머니 제임스는 "가련하고 선한 영혼을 가졌으며 전능하신 하나님에 관한 얘기만을 했고 그녀의 순진성이 나를 즐겁게 했다"고 표현했다. 그의 여동생 팔은 "귀엽고 훌륭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었고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날씬했으나 얼굴은 주근깨가 많고 예쁘지 않다"고 묘사했다. 그는 왕정복고와 국왕 즉위식, 페스트의 공포, 런던 대화재 등 그 시대의 사건들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런던 대화재 때의 그의 일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다리 이쪽 저쪽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1마일가량 떨어진 언덕 저 너머에도 불길이 활활 타올랐으며 어느새 나는 눈물을 흘렸다. 교회·주택 등 모든 건물이 일시에 화염에 휩싸였고 공포어린 불길소리와 함께 건물들이 스러져갔다"
무엇보다도 피프스는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그가 살던 시대를 독자들까지 공유하도록 만든다.
"야경꾼이 내 방 창가에서 종을 흔들어 댈 때까지 나는 밤을 새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울고 있다. 하루가 가고 춥고 세찬 바람이 부는 아침이 찾아왔다"고 한 대목에서 그는 촛물이 흐르는 촛불을 "이렇듯 축축하게 글을 쓰게 만드는" 묘사하는가 하면 새로 산 시계에 대해서는 "나의 해묵은 어린아이 같은 어리석음이 내 몸에 매달려 있어 나는 여전히 시계 차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하루에도 밤낮으로 수백 번 몇 시인가 묻곤 한다"고 쓰고 있다.
밤중에 잠을 깬 일화에서는 "새벽 3시께 나는 빗소리에 깨었다. 내 인생에 저토록 거친 빗발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방에 갇혀 있었다. 고양이는 지독하게 울어대더니 마침내 내 침대로 뛰어올라 나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쓰고 있다.
피프스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일을 빼놓지 않고 일기에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약점도 스스럼없이 적었다. 모든 사람들이 죄악시하지만 스스로 인정은 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도 모두 기록했다. 자신의 허영과 위선에 대해서도 기록했는데, 한번은 새로 산 가발을 쓰고 교회에 처음 나갈 때의 일을 적은 일이 있다. "새 가발을 쓴 나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교회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집중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질투심, 불공정성, 돈에 대한 인색함에 대해서도 적었다.
"집에 돌아와보니 모든 것이 잘 있었다. 단지 마차 속에 스카프·코트·잠옷을 두고 내린 아내의 부주의가 약간 짜증이 났다. 그러나 사실 그 물건들은 아내가 나에게 맡겨둔 것들이었다" 피프스는 독특하고 완벽한 정직성을 가짐으로써 평범한 사람이자 기록의 천재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일기는 자신의 약점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허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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