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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정부주의자로서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공산주의자 대통령이 되었다. 하벨의 아버지는 부유한 식당 주인이었으나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정부에 의해 재산을 몰수당했다.

부르주아 부모를 둔 자식으로서 하벨은 순탄하게 교육과정을 밟지 못했으나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1959년 프라하의 한 극장에서 무대담당자로서 일자리를 얻었으며 1968년에는 밸러스트레이드 극장 상임 극작가로 진출했다. 그는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1968년의 자유주의적 개혁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으나, 그해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해 일제 단속을 실시함에 따라 그의 희곡은 금지되고 그의 여권은 압수당했다. 1970, 1980년대에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인권옹호를 위해 반정부 활동을 벌임으로써 거듭 체포당하고 4년간(1979~83) 옥고를 치렀다.

하벨의 첫번째 단막극 〈옥외 파티 Zahradní slavnost〉(1963)는 관료주의적 타성과 이것이 사람들을 몰개성화하는 효과를 풍자적으로 관찰한 부조리극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의 특징을 대표한다. 가장 유명한 희곡 〈비망록 Vyrozumění〉(1965)은 인간관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 대신 비양심적인 권력투쟁을 가져오는 거대한 관료주의적 기업을 난해하고 기교적인 언어로 묘사했다. 이들 작품 및 뒤이은 작품에서 하벨은 전체주의 정치체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자기기만적 합리화와 도덕적 타락에 대해 탐구했다.

후기 작품 중 〈가중되는 집중화의 문제 Ztížená možnost soustředění〉(1968)와 3편의 단막극 〈관객 Audience〉(1975)·〈개인적 관점 Vernisáž〉(1975)·〈저항 Protest〉(1978), 그리고 〈라르고 데솔라토 Largo Desolato〉(1985) 등이 있다. 1986년 체크 저널리스트인 카렐 흐비즈달라가 그와 인터뷰한 기사의 영어 번역인 〈불안한 평화 Disturbing the Peace〉가 1990년에 출판되었다.

1989년 11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프라하를 휩쓸었을 때 하벨은 시민 포럼의 지도적 인물로 등장했는데, 이 단체는 민주주의적 개혁을 요구하는 비공산계 야당 그룹의 새로운 연합체였다. 12월초 공산당은 조건부로 항복해 시민 포럼과 정부의 연합이 결성되었다. 이 연합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결과 하벨은 1989년 12월 29일 체코슬로바키아의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1990년 7월 연방대통령으로 재선되었다가 1992년 7월 연방 분리 움직임과 더불어 사임했다. 이후 1993년 1월 26일 체크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바클라프 클라우스 총리가 대부분의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역할은 한계가 있었다. 1998년 하벨은 근소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고,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99년에 체크는 북서대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되었다.

하벨이 20여 년 만에 발표한 새 희비극 〈리빙 Odchazeni〉은 대통령 재직 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적과 권력다툼을 하는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총리를 그리고 있다. 이 연극은 2008년에 초연되었다. 이후 하벨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