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여러 층을 이룬 조밀한 음향과 급진적인 정치 메시지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 가장 큰 인기를 얻고 논란을 일으킨 힙합 그룹에 속한다. 초창기 멤버는 척 디(본명은 칼턴 리든아워, 1960. 8. 1 미국 뉴욕 뉴욕시티~), 플레이버 플래브(본명은 윌리엄 드레이턴, 1959. 3. 16 미국 뉴욕 뉴욕시티~), 터미네이터 엑스(본명은 노먼 리 로저스, 1966. 8. 25 미국 뉴욕 뉴욕시티~). 프로페서 그리프(본명은 리처드 그리핀)으로 구성되었다. 1982년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애들피대학교에서 주로 외곽 지역 출신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척 디와 행크 쇼클리, 빌 스테프니, 플레이버 플래브가 학교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동 작업을 했다. 소문에 의하면 음반기획사 데프잼의 제작자 릭 루빈이 척 디의 멋진 목소리에 매료되어 음반을 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결과 퍼블릭 에너미가 탄생했고, 좌파에게는 파티 초대장처럼 읽히고 우파에게는 경고 스티커처럼 읽히는 〈요! 범 러시 더 쇼 Yo! Bum Rush the Show〉(1987), 〈잇 테이크스 어 네이션 오브 밀리온즈 투 홀드 어스 백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1988), 〈피어 오브 어 블랙 플래닛 Fear of a Black Planet〉(1990), 〈어파컬리프스 91: 더 에너미 스트라이크스 블랙 Apocalypse 91: The Enemy Strikes Black〉(1991) 등의 대중음악 앨범에 급진적인 흑인 정치이념을 불어넣었다.

걸작으로 찬사를 받은 〈네이션 오브 밀리온즈 Nation of Millions〉는 흑표범당(Black Panther Party)과 맬컴 엑스의 메시지를 부활시켰다. 〈나이트 오브 더 리빙 베이스헤즈 Night of the Living Baseheads〉와 〈블랙 스틸 인 더 아워 오브 카오스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 〈돈트 빌리브 더 하이프 Don't Believe the Hype〉 같은 곡은, 척 디의 거칠고 설득력 있는 가사와 퍼블릭 에너미의 제작 팀인 밤 스쿼드(Bomb Squad: 쇼크리와 쇼크리의 형제 키스, 척 디, 에릭 '베트남' 애들러)가 작업한 과장된 불협화음에 감동적이고 세밀한 반주 트랙을 결합하여 만든, 힙합과 인종·정치 모두에 대해 도전하는 음악이다.

밤 스쿼드는 제임스 브라운의 고전적인 펑크 곡과 재즈, 앤스랙스의 스래시 메탈(매우 빠르고 불협화음을 이루는 헤비메탈의 하나), 사이렌, 선동 선전용 연설 등 폭넓은 음향을 추출해 독특한 곡을 작곡했다. 플레이버 플래브는 척 디에게 음향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알루미늄 포장지를 제공했다.

1989년 프로페서 그리프는 〈워싱턴 타임스 Washington Times〉에 실린 논평으로 인해 반유대주의(anti-Semitism)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 그룹을 떠나게 되었다. 퍼블릭 에너미는 이슬람 국가운동(Nation of Islam)의 지도자 루이스 패러칸에 대한 공개적인 찬양으로 유대인 단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주의가 다른 음악가들에게 시사와 관련된 주제를 언급하도록 영향을 끼쳤지만, 1990년대 초 '엔 더블유 에이'(NWA)와 '스눕 도기 도그'처럼 젊고 빈민가 출신에 속하는 랩 가수들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영향력은 시들해졌다.

그룹은 〈뮤직 시크 엔 아워 메스 에이지 Muse Sick N Hour Mess Age〉(1994) 이후 활동을 중단한 것처럼 보였지만, 1998년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히 갓 게임 He Got Game〉의 수록곡을 담은 새 앨범을 제작하고 순회 공연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