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자신은 평범한 미술가였지만 벨라스케스와 알론소 카노의 스승이며 17세기의 스페인 미술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인 〈회화 미술 Arte de la pintura〉(1649)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세비야로 이주한 그는 루이스 페르난데스 밑에서 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함으로써 회화를 공부했다. 1611년 마드리드와 톨레도를 방문해 엘 그레코의 작품을 연구한 뒤 세비야로 돌아와 아카데미를 세웠다. 그의 가르침은 아카데미의 전통에 입각한 것이었다. 세비야 종교재판소의 공식 검열관으로서 종교적인 주제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다.

산타이사벨 수녀원에 있는 〈최후의 심판 Last Judgment〉(1614)이나 〈그라나다의 순교자들 Martyrs of Granada〉(그라나다)과 같은 그림은 완벽에 가까운 모사작품으로 정확하고 웅장하지만 감동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벨라스케스는 파체코의 양자가 되었지만 그의 미술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파체코의 〈회화 미술〉에는 회화의 이론과 실제 및 도상학 외에 동시대의 스페인 화가들의 전기가 실려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