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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의 부유한 중산계급의 생활상을 우아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독특한 양식의 실내 풍속화를 창조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술가였으며 로마를 여행하기도 했지만 1621년 이후 세금징수원으로 일했다. 1625~26년에 어린 테르보르흐가 그린 드로잉에는 그의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서명을 하고 연대를 기록했다. 1632년 암스테르담에 거주했으며 1634년에는 하를렘에서 피테르 데 몰레인의 제자로 있었다.

1635년에는 영국, 1640년에는 로마를 여행했으며, 1646년부터는 평화회의가 열리고 있는 웨스트팔리아의 뮌스터에서 2~3년을 보냈다. 이 시기의 걸작인 〈뮌스터 조약의 비준에 관한 선서 The Swearing of the Oath of Ratification of the Treaty of Münster〉(1648, 런던 국립미술관)는 평화조약에 서명하기 위해 모인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대표들을 묘사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한동안 머문 뒤 1650년말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가서 1655년 데벤테르에 정착했다.

테르보르흐의 작품은 초상화와 풍속화가 거의 같은 비율이다. 그의 독특하고 섬세한 솜씨는 초상화에서 잘 나타나는데, 상당수가 전신상인 그의 초상화는 거의 미니어처와 같이 작은 규모로 되어 있다. 색채에서 주로 당대의 어두침침한 복장 때문에 가라앉은 느낌을 주지만, 다양한 질감에 대한 뛰어난 묘사력과 미묘한 색조의 변화로 매우 풍부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공단을 그리는 그의 양식은 매우 특징적이다.

그의 훌륭한 색채감각은 풍속화에서 더욱 돋보이는데 항상 절제되어 나타난다. 초기에는 피테르 코데와 윌렘 도이스테르의 양식으로 위병소를 주제로 한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후에 네덜란드에 정착한 이후로는 그늘진 배경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한 군상을 당대의 다른 네덜란드 화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분하고 우아한 귀족적 분위기로 그렸다. 대표작으로는 〈편지 The Letter〉(런던 버킹엄 궁전)·〈음악회 The Concert〉(베를린)·〈자애로운 충고 Fatherly Advice〉(암스테르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