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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crypta는 일부 또는 전체가 지하에 있는 아치형 지붕의 건물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하수도, 원형극장의 마구간, 농장의 지하저장실, 로마의 팔라티네 산에 있는 것과 같이 크립토포르티쿠스라고 불리는 긴 회랑 같은 것을 일컫는다. 초대 그리스도교도들이 그들의 지하묘지를 크립트라고 부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인이나 순교자들의 무덤 위에 교회를 세울 때는 크립트나 고해실이라고 알려진 지하예배실을 실제의 무덤 위에 지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성베드로 대성당으로서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네로의 원형극장 위에 세워졌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306~337)도 이미 크립트는 교회 건물의 일부로 여겨졌다.

교회 담장 안에 매장하는 것을 허가함으로써 크립트를 더 많이 만들게 되었다. 마인츠 공의회(813)는 주교, 수도원장, 명망 높은 사제, 독실한 평신도가 죽으면 교회 안에 묻어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그후 교회 건물 안에 있는 크립트에 매장하는 일이 급속히 증가했다. 후에 지하실의 크기는 점차 확대되어 교회 성가대석이나 성단 마루 밑 전체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10세기에 지어진 밀라노의 산암브로지오 교회 지하실과 같은 모양도 나왔다.

교회 건물의 모든 부분을 아름답게 치장하려는 욕구가 커지자 설계는 점점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성가대석 바닥을 높이고 크립트의 앞 부분을 교회 네이브[身廊] 쪽으로 트이게 했는데, 네이브는 크립트와 성가대석 사이의 중간층을 이루게 되었다. 묘비들로 이루어진 계단이 크립트의 중앙과 성가대석 양쪽으로 연결되었다. 아치형 지붕으로 되어 있는 크립트의 전면은 장식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양식은 베로나에 있는 12세기의 산제노마지오레 교회와 피렌체의 산미니아토 교회(1013)에서 볼 수 있다.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에서는 크립트를 거의 짓지 않았고, 설령 짓는다 하더라도 그 형태는 아주 달랐다(비잔틴 예술). 이탈리아 남부의 트라니 대성당(12세기)은 교회건물 면적 전부에 해당하는 지하실이 있으며,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바실리카는 그리스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지하실을 갖고 있는데, 이 지하실은 사실상 제2교회의 기능을 한다.

이탈리아 외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크립트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라인 지방의 교회는 롬바르디아-이탈리아식으로 성가대석을 다소 높이고 그 아래에 중요한 크립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본당 아래에 위치한 지하실의 끝 부분은 대체로 막혀 있다. 서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는 성가대석을 거의 높이지 않으며, 크립트가 있는 경우에는 점차 지하 교회로 쓰이는 경향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로마네스크 시대와 고딕 시대에 교회 지하실이 크게 발달했다. 캔터베리 대성당의 크립트(1100경)는 대형복합교회를 형성하여 앱스(교회당 동쪽 끝의 반원형 부분)와 부속예배실들을 갖고 있으며, 동쪽 끝에 있는 트리니티 예배실은 토머스 베켓이 처음 묻힌 곳으로 유명하다. 윈체스터·우스터·글로스터에 있는 초기(11세기 후반)의 크립트들은 공통적으로 후진이 있으며 설계도 간단하다.

중세의 세속 건물들도 아치형의 지하구조물 위에 세워진 것이 많으며, 그 유물이 유럽 전역에 남아 있다.

독일의 시청 건물들에는 정교하고 장식을 많이 한 지하실들이 많은데, 그중 유명한 것은 브레멘 시청건물이다. 영국에서 교회 건물이 아니면서 크립트가 있는 건물로 유명한 것은 지금은 파괴된 제라드 홀과 런던의 길드 홀(1411)이다. 19, 20세기에 전통적인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들에도 종종 크립트가 있다. 예를 들면 뉴욕 시의 세인트존 대성당에는 정교하게 장식된 지하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