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880년대 프랑스에서 관객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앉을 수 있도록 한 작은 술집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일련의 아마추어 연극이 많이 공연되었다. 연극에서 나타나는 거친 풍자는 대부분 당시 부르주아 사회의 관습을 비판한 것이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서 프랑스 카바레는 가벼운 농담을 즐기는 영국식 뮤직 홀과 비슷해져갔다.

프랑스 카바레의 전형으로 알려진 파리의 물랭루주는 1889년 문을 열 당시 댄스 홀이었으나 점차 카바레 쇼를 공연했다. 이곳에서 캉캉 춤이 최초로 선을 보였으며, 많은 연예 스타들이 탄생했다. 물랭루주가 명성을 날리던 당시의 모습이 툴루즈 로트레크의 그림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1900년경 바론 에른스트 폰 볼초겐이 베를린에 독일 최초의 카바레를 개업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식 카바레와 비슷한 분위기와 공연무대를 갖추고 있었지만 독일인 특유의 블랙 유머(black humor)가 발달했다. 1920년대 후반이 되면서 독일의 카바레에서는 점차 중산층 성인을 위한 외설 뮤지컬 쇼를 공연하면서 또한 정치·사회 풍자를 했고, 반정부적인 정치운동과 문학운동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대부분 오래된 건물의 지하실에 자리잡았던 독일의 카바레는 예술가·작가·혁명가·지식인들이 애호하는 곳이었는데, 독일 나치 세력의 확장에 반대하는 좌익 야권인사들이 모여들어 종종 정부비판 혐의로 나치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파울 힌데미트와 한스 아이슬러와 같은 작곡가들이 카바레에서 활동했으며, 〈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groschenoper〉(1928)로 명성을 얻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 그리고 스타의 자리에 오른 가수 로테 렌야도 카바레에서 공연했다. 1930년대 독일 카바레의 모습은 1966년에 공연된 뮤지컬 〈카바레 Cabaret〉와 1972년에 이것을 영화화한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카바레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시사적인 문제들에 대한 풍자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그 명맥을 유지했으나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정치적 중요성은 사라지게 되었다.

영국의 카바레는 18, 19세기에 도시 선술집의 연주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뮤직 홀이 다양한 여흥을 제공하는 곳을 의미하지만 19세기말에는 카바레가 뮤직 홀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카바레는 주로 나이트클럽이라고 불리는데, 코미디언·가수·음악가 등의 연예인들이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친밀한 분위기에서 공연함으로써 관객들과 일치를 이루는 장소이다. 연예인들의 공연 막간에는 춤을 출 수 있도록 음악이 연주되기도 했으나 연예인들의 공연이 주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몇몇 연예인들이 정치·사회 문제를 풍자하여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대부분 인기 있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으는 상업성 위주의 운영을 했다. 1980년대에 들어 나이트클럽은 더 많은 좌석수를 가진 극장식당이나 오락 센터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