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르네상스 초기에 가장 뛰어난 이야기식 그림을 그렸다. 라차로 바스티아니의 제자였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초기의 작품들에 흐르는 주된 경향은 젠틸레 벨리니와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영향을 보여준다. 몇 안 되는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구세주와 4명의 복음서 저자 Salvator Mundi and the Four Evangelists〉(피렌체 콘티니 보나코시 컬렉션)가 있다.

1490년경 스쿠올라 디 산타 오르솔라를 위하여 성 우르술라의 전설을 다룬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에 있는 이 작품들에서 카르파초는 독창성 있는 성숙한 미술가로 발전해 구도와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 빛의 처리 등에서 타고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성 우르술라의 꿈 Dream of St. Ursula〉은 풍속적인 장면의 풍부하고도 사실적인 세부묘사로 특히 유명하다.

카르파초의 후기 활동은 3편의 서사화 연작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중 첫번째 작품은 베네치아의 스쿠올라 디 산조르 조 델리 스키아보니에 원래대로 남아 있다. 1502년에 시작된 성 히에로니무스의 생애에서 따온 이 연작의 세 장면에서는 직접적인 관찰이 성 우르술라 연작에서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그림들은 카르파초의 미술의 절정을 나타내고 있다. 1504년 이후에 스쿠올라 델리 알바네시를 위하여 동정녀의 생애를 묘사한 일련의 장면들은 현재 분산되어 있다. 양식 면에서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1511~20년에 제작된 성 스테파누스의 생애를 그린 일련의 장면들도 흩어져 있다.

1510년 그는 산조베 교회를 위하여 커다란 제단화인 〈Presentation in the Temple〉(현재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에 있음)을 그렸다. 연대가 적혀 있는 마지막 작품으로는 카포디스트리아 대성당에 그린 2점의 오르간 덮개 그림이 있다(1523). 19세기에 존 러스킨은 카르파초의 건물 묘사와 그림의 밝은 분위기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그 후의 비평에 가서는 비로소 화려함을 좋아하고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그의 경향이 매우 진지하고 독창적인 양식의 보수적인 특징으로 인정되었다.

섬세하고 동정심이 많은 카르파초는 또한 베네치아 최초의 뛰어난 '베두타' 화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