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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방식이나 양식으로 서로 결합된 부분들의 총체를 말한다. 그리스어 시스테마(systema)는 원래 통합·합일·전체 등의 뜻이었다.

통합의 정연성, 즉 질서라는 생각은 나중에 추가되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철학에는 이미 유기체를 체계로 보는 사고가 있었다. 유기체의 구조에 대한 당시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미 이 시대에 전체와 부분의 구별, 체계의 구조성 및 위계를 지닌 질서 등이 알려져 있었다. 한편 고전주의 시대의 학문 분류에서도 체계개념과 체계적 사고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분류란 사실 자료를 일정한 질서체계로 정돈하는 것을 말하는데, 고전주의시대의 과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질서체계는 린네의 '동식물분류체계'(1735)와 멘델레예프의 '원소주기율체계'(1871)이다.

과학사뿐만 아니라 철학사에서도 체계개념은 학문의 발전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과거의 모든 중요한 철학은 철학적 관념들을 하나의 체계로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올크는 '자연의 체계'를 철학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며, 독일 고전철학은 체계개념을 관념론적으로 파악했다. 20세기에 체계개념과 체계이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발전한 체계개념들은 이전의 체계개념들과는 달리 점점 더 수학화하고 형식화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현대의 체계이론에는 대수학·위상기하학·미분방정식론·함수론·행렬계산·그래프이론·확률통계학 방법 등이 사용된다. 이처럼 체계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밀화함으로써 베르탈란피, 홀, 파겐, 메사로비치 등이 대표하는 '일반체계이론' 등 상당히 발전한 영역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몇 가지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오늘날 정밀해진 체계개념에 따르면 객체의 체계란 비어 있지 않은 집합이며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객체들의 영역이다. 이런 체계개념은 엄밀하게 수학적으로 정식화할 수 있으므로 매우 넓은 일반성을 갖는다.

체계이론의 여러 특수 유형들, 예컨대 제어이론·정보이론·자동장치이론 등의 체계이론은 그와 같은 일반체계이론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체계, 부분체계, 체계의 요소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어떤 체계 속에서는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다른 체계에서는 복합적인 부분체계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화학에서 원자는 체계개념으로서 요소, 즉 원소이지만 원자물리학에서는 원자 자체가 다시 복잡한 체계가 된다. 체계개념이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체계의 분류도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철학적 시각에서 볼 때 중요한 구별은 객관실재의 체계와 의식 영역 체계 사이의 구별, 즉 물질적 체계와 관념체계 사이의 구별이다.

물질체계에 속하는 것은 물질의 다양한 운동 형태들 속에 현존하는 여러 체계들, 즉 원자를 비롯하여 생명체·인간·사회 등이다. 이와 같은 자연체계 외에도 기술적 인공체계들, 즉 인간이 제작한 기계·기구·자동장치 등도 이 영역에 속한다. 관념체계에는 우선 실재체계에 대한 모형으로서 관념적 형성물 및 개념들과 명제들 따위의 체계가 있다. 그러나 '불 대수'와 같은 체계는 하나 이상의 해석을 갖는데, 이 해석은 실재적 체계의 대응물일 수도 있고 관념적 체계의 대응물일 수도 있다. 즉 불 대수는 명제 논리·최초대수·집합론·확률론의 형태로 해석되며 뉴런망 이론으로도 해석된다.

어떤 이론을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정초하는 데는 또다른 형태의 관념체계, 즉 연역체계와 그 체계가 의존하고 있는 공리체계가 특히 중요하다. 공리체계는 실재 영역의 체계화일 수도 있고 인간 사유가 자유롭게 구성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