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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415년 조지소라는 이름으로 설치되었다가 1465년 조지서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 근교의 물이 좋고 넓은 바위가 있어 한지 제조에 적당한 자하문 밖 탕춘대에 설치되었으며, 조선시대 초기에는 제지 기술자인 지장이 81명, 보조역이라 할 수 있는 차비노가 90명이 있던 수공업장이었다. 조지서에서 생산되는 종이는 국내에서 최고 품질의 종이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천하무비로 알려졌다. 조지서는 본래 관수용지의 생산을 위해 설치된 관설수공업장이었으나 설립 초기부터 이미 그 생산품의 일부가 민수용지로 흘러 나가기도 했고, 임진왜란의 피해가 복구된 조선 후기에는 민수용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그 본래의 성격이 점점 약해지고 민영수공업장으로 변해갔다. 이는 조선시대 전체 수공업의 변화과정의 일단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1415년(태종 15) 조지소라는 이름으로 설치되었다가 1465년(세조 11) 조지서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 근교의 물이 좋고 넓은 바위가 있어 한지 제조에 적당한 자하문 밖 탕춘대에 설치되었으며, 조선시대 초기에는 제지 기술자인 지장이 81명, 보조역이라 할 수 있는 차비노가 90명이 있던 수공업장이었다.
지장은 조선의 '부역동원제'에 의해 3교대로 동원되었다. 이들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제지기술자들이었고, 따라서 조지서에서 생산되는 종이는 국내에서 최고 품질의 종이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천하무비로 알려졌었다. 조지서에 소속된 지장들은 이미 조선의 전기부터 조지서 근처에 하나의 마을을 이루어 살면서 생산에 종사할 만큼 전업수공업자화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한때 조지서가 큰 타격을 받기도 했는데, 1626년(인조 4)의 기록에 의하면 전쟁 후에 조지서에는 겨우 5명의 지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승려지장을 동원했다고 전한다.
조지서는 본래 관수용지의 생산을 위해 설치된 관설수공업장이었으나 설립 초기부터 이미 그 생산품의 일부가 민수용지로 흘러 나가기도 했고, 임진왜란의 피해가 복구된 조선 후기에는 조지서에서의 민수용지 생산이 확대되어갔다. 조선 전기에도 양반층이 과거용지, 즉 과지나 책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책지 등을 조지서 지장들에게 원료와 공전을 미리 주어 주문생산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왕조의 후기로 오면서 이와 같은 주문생산이 많아진 것이다.
이경우 지장들에 대한 양반층의 착취가 따르기도 했으나, 한편 서울 지전상인들의 조지서 지장에 대한 선대제적 생산이 확대되어갔다. 1가지 예를 들면, 조선의 후기로 오면서 과거가 빈번하게 실시되어 과지의 수요가 많아졌고 일반 선비들은 그 과지를 주로 지전에서 구입했는데, 지전상인들이 스스로 제지장을 마련하고 있었던 흔적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인들이 조지서의 지장들에게 미리 자금을 주어 생산하게 하고 과거 때에 맞추어 이를 판매한 것이다.
17세기경에는 이와 같은 지전상인들의 조지서 지장에 대한 선대제 생산이 확대되었다. 그결과 상인들의 조종에 의해 과지가 점점 고급화하고 그 값이 상승하여 과거응시자들, 특히 시골선비들의 부담이 과중되는 폐단이 자주 지적되기도 했다. 양반가의 일시적이고 소량적인 주문생산에 한정되었던 조지서의 민수용지 생산이 지전상인들에 의한 계속적이고 대량적인 선대제적 생산으로 발전함으로써 조지서에서의 지물생산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민수용지의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조지서의 운영이 점차 그 공인으로 지정된 지장사변수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들은 정부기관으로부터 제지원료가와 공전을 미리 받아 관수용지를 제조·조달했지만, 조지서에 대한 정부의 지배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고 이들이 조지서 운영의 주체가 되어 관수용지를 청부 생산하는 한편, 지전상인을 비롯한 민간물주로부터 자금을 받아 생산하는 민수용지 생산이 더 많아짐으로써 조지서는 이들 지장사변수가 운영하는 민명제지수공업장의 성격으로 변했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의 성립과 함께 설치되었던 관청수공업장으로서의 조지서는 조선 후기로 오면서 관청수공업으로서의 그 본래의 성격이 점점 약해지고 민영수공업장으로 변해갔다. 이는 관설 사기제조수공업장인 분원 운영의 변화와 함께 조선시대 전체 수공업의 변화과정의 일단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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