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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학교에서 의도한 바 없으나 학생들이 은연중에 가지게 되는 경험'이란 '학교에서 의도는 했으나 의도한 바와는 다른 경험', '학교에서 의도한 바 없는데 가지게 되는 경험' 등을 총칭한다.

잠재적 교육과정이라는 말은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학적 사고가 세련됨에 따라 교과에서 의도한 바와 관련 없는, 또는 상반되는 학습결과에 주목하게 됨으로써 등장하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과의 범위를 벗어난 일상의 학교생활에서 학교의 계획과 의도와는 관계없이 학생들이 가지는 경험들이 허다하며 이러한 경험들은 학교교육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모두 관련되어 있다.

'잠재적'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인류학자 머튼이 미국 남서부에 있는 애리조나 주의 원주민인 호피(Hopi) 인디언족에 대한 참여관찰의 결과에서 유래되었다.

호피족은 심한 가뭄이 들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근대과학의 상식에서 보면 호피족의 기우제는 하나의 미신이나 전통적 타성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기우제가 비를 내리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며, 비를 내리게 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기우제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호피족의 기우제는 계속되고 있다.

표면적인 기능의 관점에서 보면 기우제가 비합리적인 하나의 미신에 불과할지 모르나 잠재적 기능의 관점에서 보면 기우제는 가뭄으로 인하여 들뜬 민심을 가라앉히고 부족원간의 집단의식과 단결을 강화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연구에 영향을 받은 잭슨은 〈교실에서의 생활 Life in Classroom〉에서 학교교육의 결과를 1차적인 것과 2차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1차적인 것은 정규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지식(knowledge)·기술(skill) 등의 학습으로 주로 머릿속에 그 침전물이 남아 기억되는 것을, 그리고 2차적인 것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고립된 현상의 기억으로서는 단순하게 기술될 수 없는 학교와 관련된 아동의 변화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이 학교교육의 결과를 구분하면서 잭슨은 1차적인 것은 주로 표면적인 교육과정에, 2차적인 것은 잠재적인 교육과정에 관련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잭슨은 잠재적인 교육과정에 관련된 학교교육의 2차적인 결과의 영역을 3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영역은 학습한 사실이나 사건의 회상 이상의 것으로 학업성취에 관련된 모든 변화를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책을 읽을 줄 안다', '나는 산수를 잘한다', '미술은 재미있다' 등과 같은 학생 자신의 여러 가지 능력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일컫는다. 둘째 영역은, 표면적 교육과정의 목적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정신 기능의 여러 가지 변화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도 비교적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양식(認知樣式)·인식구조·지능(intelligence) 등과 같은 것이 이에 포함된다. 셋째 영역은 자아에 대한 평가나 세계관의 평가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도·감정·가치·애증·취미 등을 가리킨다.

잠재적 교육과정에 관한 논의는 교육과정의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사회학의 영역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기능주의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학생들이 습득해야 할 그당시 성인사회의 지배적인 규범이나 사고방식을 잠재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전달한다고 보고 있다. 드리븐은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잠재적 교육과정을 분석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학교가 수행하고 있는 사회화 기능 중에서 특수하게 '성인권위의 수용'이라는 측면에 국한하여 잠재적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학교는 그 조직의 특성으로 보아 권위를 제1원리로 삼는 조직이다. 반면에 갈등주의 사회학자들은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한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규범을 학습한다고 비판을 한다. 예컨대 바울스와 긴티스는 대응이론(對應理論)을 통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적인 질서를 학습하게 되며 이는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재생산에 기여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잠재적 교육과정에 관한 관심은 오직 학교의 역기능이 무엇이며, 그러한 역기능이 나타난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서 교육의 힘으로 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데 있다. 즉 교육과정론자들은 학교 안에서 청소년들이 평등한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건전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하는 것 중에서 학교에서 의도하지 않았거나 학교교육 속에 숨겨져 있는 잘못된 경험을 찾아내고 이를 표면화하여 이러한 경험을 없애고자 하는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