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2010년 1월 12일에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위치한 서인도 제도 히스파니올라 섬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히스파니올라 섬 서쪽 지역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티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약 31만 6,0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100만 명 이상이 재난으로 인해 살던 곳을 등지게 되었다.

지진은 오후 4시 53분에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서 남서쪽으로 25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다. 최초의 진동은 규모 7.0을 기록했으며 곧이어 규모 5.9와 5.0을 기록한 2번의 여진이 잇따랐다. 1월 20일에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55km 떨어진 도시 프티고아브에서 규모 5.9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이후 며칠 동안 몇 차례의 여진이 더 있었다.

18세기 이후 아이티에서 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으며 가장 유사한 규모가 1984년에 발생했던 규모 6.9의 지진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1946년에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했다.

처음에 지질학자들은 '엔리키요-플랜틴 가든'(Enriquillo?Plantain Garden/EPG)이라는 주향이동(走向移動) 단층체계를 따라 카리브 지각판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표면의 변형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고 단층체계 주요 부분의 파열이 원인이라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EPG 단층체계는 아이티가 자리 잡고 있는 북아메리카 판의 일부인 고나브 평판과 카리브 판을 분리하는 변형 경계선을 이룬다.

지진은 레오간의 땅 밑에 존재하는 작고 잘 보이지 않는 충상단층(衝上斷層)인 레오간 단층선을 따라 지각판이 수축 변형함으로써 발생되었다. 레오간 단층은 지표면에서는 관측되지 않으며, EPG 단층체계에서 분리되어 북쪽을 향해 빗각으로 내리막을 이룬다. 많은 지질학자들은 지진이 균열면 쪽으로 상승하는 암석의 붕괴형 침식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지표면으로부터 13km 깊이에서 발생한 이 지진은 진앙지가 매우 얕아 지구 표면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의 정도가 더욱 컸다.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전역뿐만 아니라 쿠바와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진동이 감지되었다. 고나브 만에 위치한 포르토프랭스 주변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도시 자크멜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서쪽으로는 포르토프랭스보다 진앙지와 훨씬 더 가까운 도시 레오간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재난 지역의 처참하게 붕괴된 건물들은 아이티의 허술한 건축법규로 인한 결과였다.

제대로 된 보강재 없이 지어진 건물들은 지진의 파괴력에 산산조각 나버렸으며 주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건물 잔해 속에 가두어버렸다.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대성당과 국립왕궁 모두 큰 피해를 입었으며 국제연합(UN) 본부와 국립교도소, 국회 건물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사회기반시설 및 2008년 8월과 9월에 발생한 2번의 열대성 폭풍과 2번의 허리케인 여파로 재건이 진행 중이었던 도시는 엄청난 재난을 처리할 만한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

다른 피해 지역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지진의 여파로 생존자들에게 의료 지원과 식량 및 물을 공급하려는 국민들과 국제구호단체들의 활동은 전력체계의 혼선과 통신선의 손실, 잔해로 막힌 도로들로 인해 지연되었다. 지진 발생 1주일 후까지 포르토프랭스에는 구호의 손길이 거의 닿지 못했다. 한 주가 더 지나서야 간신히 다른 도시에 구호물자가 산발적으로 분배되었다.

인명 구조활동으로 100명 이상이 구조되었지만 식량이나 물 보급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2주 만에 최악의 고비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급품이 제한적으로라도 보급되면서 몇 주 동안 잔해 속에서 가까스로 생존해 있던 사람들이 간간이 구조되었다.

아이티 총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300만 명 정도가 지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들 중 100만 명 이상이 지진의 직접적인 여파로 집을 잃었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도심에서는 난민들이 천막으로 이루어진 대피소에서 임시 거주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자 지진 발생 후 초반에는 자제되었던 약탈이 점차 심해졌으며, 지진 피해로 무너진 교도소에서 죄수 수천 명이 탈출하자 수도에서의 약탈 행위는 더욱 가혹해졌다.

지진 발생 2주째에는 많은 도시 사람들이 자유 의지로, 혹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비위생적인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기획한 이전 계획에 따라 외곽 지역으로 이주했다.

많은 병원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생존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또한 시신 안치실이 꽉 차서 거리에는 시신들이 가득 쌓여 방치되었다. 많은 시신들이 부패하기 시작하자 이를 매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무덤이 만들어졌으며, 중장비의 부족으로 건물 잔해 속에 깔린 사람들의 구조가 지연되어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3월 말에 아이티 정부 관료가 발표한 수치를 보면 사망자 수는 22만 2,570명에 달했다. 그러나 정확한 사망자 수 집계와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일각에서는 거의 10만 명 이상이 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1년 1월에 아이티 고위관료는 사망자 수를 31만 6,000명이라고 변경 발표했다. 그러나 시신을 처리하는 일에 급급한 나머지 서류 처리를 하지 않아 최종 통계가 정확히 집계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부상이 심각한 환자들이 의료진과 약품 부족으로 방치되면서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한 대량 사망자 발생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비롯해서 지진 발생 이전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까지 학대와 인신매매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졌다. 비록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아이티 어린이들을 입양하는 일이 촉진되었지만, 생존한 친척이 없다는 사실을 보증해야 하는 이유로 아이티와 다른 나라 정부 당국의 입양 활동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고아원들은 극빈한 어린이들을 임시로 수용했다.

아이티의 사회 기반 전산망은 대체로 피해를 입지 않아 지진으로 헤어진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구호 활동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부각되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들 및 친척들과 연락이 가능한 생존자들은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웹 사이트를 이용했다. 또한 이러한 웹 사이트 체제는 구호단체들이 피해 지역의 지도를 그리는 일과 물자를 보낼 지역을 결정하는 일에도 도움을 주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많은 아이티 사람들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아이티의 선거본부가 파괴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하는 UN 고위관료가 사망한 것과 더불어 지진으로 인한 전신 장애 때문에 아이티 대통령 르네 프레발은 2월 말로 예정되어 있었던 입법선거를 연기했다.

프레발 대통령의 임기는 다음 해에 끝날 예정이었다.

봄 장마철과 여름 허리케인 철이 겹치면서 재건 활동은 거의 진전되지 못했지만, 방수포와 기증받은 목재와 철판을 이용하여 크고 튼튼한 주거지를 만들어주려는 구호단체들의 노력으로 천막촌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희망을 찾았다. 몇몇 임시 주거지는 악천후가 시작되기 전에 만들어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폭풍우로부터 보호받기에는 열악한 천막촌이나 그 외 대피소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갈수록 체계적이지 못한 지진 대책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해지면서 지진 발생 초기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시골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포르토프랭스로 돌아왔다.

10월에는 아르티보니트 강 부근에서 콜레라 감염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섬에서 가장 길고 식수의 주요 원천으로 이용되는 아르티보니트 강은 남아시아종 콜레라균을 옮기는 대변으로 오염이 되었다. 강 근처에 주둔했던 네팔 UN평화유지군이 콜레라 발병의 진원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프랑스 역학자의 기록 유출로 12월에 확인되었다.

그 기록에는 지난 10년 동안 아이티에 콜레라 발병 사례가 없었으며, 군대가 아이티에 들어오기 직전에 머물렀던 네팔 카트만두에서 콜레라와 유사한 병이 발생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전염병은 11월에 포르토프랭스의 천막촌 주거지로 번져 수천 명이 감염되었으며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프레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가 10개월 미뤄진 2010년 11월에 치러졌다.

투표율은 낮았으며 불법선거 혐의가 만연했다. 최종 후보 2명은 인기 가수 출신의 미셸 마르텔리와 아이티의 전 대통령 부인이자 법률학자인 미를란데 마니였다. 이들의 결선 투표가 2011년 3월 20일에 치러졌다. 투표 참관인들은 결선 투표에서 불법선거 사례는 거의 없었고 투표율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4월 21일에 마르텔리가 2/3의 득표수를 획득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발표되었다.

UN과 국제적십자사의 주도로 수많은 단체들이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주변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나라들이 의료진과 구조대원, 구호품을 지원했다.

2009년 5월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은 아이티 UN 특사로 임명되어 여러 국가의 지원 계획 활동을 조정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재난 이후 여러 달 동안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는 아이티에 지진 발생 이후 훨씬 수가 많아진 다른 나라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재원 사용에 대해 충분히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NGO들은 통제가 힘든 관료주의적 구조 때문에 일 진행에 지장을 받았으며 조직 간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미군은 3월 둘째 주에 병력의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병력을 철수하기까지 장비와 실행 계획 조직화, 군사요원 같은 방식으로 많은 지원을 했다. UN평화유지군과 아이티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남았다.

2004년에 발생한 인도양 지진 해일(쓰나미) 이후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사례를 따라 해외에서 모금 계획이 시작되었으며, 많은 휴대폰 사용자들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모금 활동에 동참했다. 미국에서 모금한 지원금의 상당 부분은 휴대폰 회사를 통해 보내진 것이었다.

아이티계 미국인 래퍼 와이클리프 진이 뉴욕에서, 미국의 배우 조지 클루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최하고 다른 수많은 연예인들이 함께 참여한 유명인사 자선 모금 방송이 전 세계에 방송되어 6,00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되었다.

아이티 부채의 상당 부분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고채무빈곤국 계획의 일환으로 전 해에 탕감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티는 여전히 채권자에 대해 1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경제가 가까스로 기능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이티는 채무를 지불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2월에 G7 국가들은 아이티의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 주었으며, 3월에 인터아메리카개발은행은 4억 4,700만 달러를 탕감해 주고 3,000만 달러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5월에는 세계은행이 3,600만 달러의 잔금을 탕감해 주었다.

3월 말 뉴욕에서 열린 UN 원조회의에서는 초기 2년 동안 재건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비용 5억 3,000만 달러와 함께 9억 9,000만 달러의 저당금을 모았다. 액수의 규모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안했다. 원조회의는 또한 아이티 정부와 다른 지원국 간의 협력체인 임시 아이티 재건위원회를 설립했다.

클린턴과 벨라리브를 공동 의장으로 임시 아이티 재건위원회는 다양한 재건 활동에 대한 지원금의 분배를 감독했다. 아이티 의회는 4월에 임시 아이티 재건위원회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