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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967년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던 북한의 언론인 이수근이 1969년 베트남의 사이공 공항에서 체포되어 위장귀순 간첩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사건. 이후 '이수근 위장귀순 간첩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으로 밝혀졌고, 2018년 재심에서 이수근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개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월남·귀순했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이 중립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1969년 1월 중앙정보부에 의해 베트남에서 체포되어 '간첩 활동을 위한 위장귀순' 혐의로 사형 언도를 받아 누명을 쓰고 사형에 처해진 사건. 이 사건은 당시 '이수근 위장귀순 간첩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2007년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으로 밝혀졌고, 2018년 10월 재심에서 이수근의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귀순
1924년 생이었던 이수근은 김일성 수행기자 출신으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1967년 3월 22일 판문점에서 제242차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가 끝난 오후 5시 23분 유엔 대표로 참석했던 영국 무관 밴 크로프트 준장의 전용차에 기습적으로 탑승하여 귀순을 시도했다. 전용차가 출발하자 북한군 경비병은 귀순을 막기 위해 1백여 발의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억압적인 체제가 싫어 귀순했다는 이수근은 남한에서 '귀순영웅'으로 환영을 받았다. 이수근은 조선노동당원으로서 〈개성신문〉·〈노동신문〉 주필 등을 역임하는 등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귀순으로 북한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고 한국은 대북선전 활동에 매우 유용한 인물을 확보하게 된 셈이었다.
망명 시도와 체포
이수근은 중앙정보부에서 일하면서 북한의 실정을 알리는 강연 활동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과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안전에 대한 염려로 중립국으로 망명하기로 결심했다. 이수근이 1969년 1월 27일 위조 여권으로 홍콩으로 출국, 베트남을 경유하여 제3국으로 향하는 도중, 1월 31일 베트남의 사이공 공항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에게 체포되었다.
귀순한 지 2년 만에 외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위장귀순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이수근은 대내외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월 13일 중앙정보부는 이수근이 조선노동당에서 숙청을 면할 수 없게 되자 숙청을 면하기 위해 남한에 위장귀순하여 활동하기로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시 월북하려 한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수근과 이수근의 처조카 배경옥에게 간첩 혐의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적용하여 사형을 구형했으며, 5월 10일 서울형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했고, 이수근이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 2개월 후인 7월 2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배경옥도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을 거쳐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되었다. 이 사건은 이후 '이수근 위장귀순 간첩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다.
재심과 무죄 판결
2007년 1월 15일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이수근에게 선고된 간첩 혐의가 조작된 것임을 밝혀냈다. 당시 중앙정보부에서는 체제 우위의 상징으로 활용했던 이수근이 외국으로 탈출하여 궁지에 몰리자 자백을 강요하여 이수근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고, 검찰은 자백에만 의존해 무리한 기소를 했으며, 재판 역시 사실의 확인도 없이 자백을 근거로 졸속하게 진행되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했다고 보아 국가에 재심을 권고했다.
무기징역 형을 받고 21년을 복역했던 처조카 배경옥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무죄 판단과 재심 권고에 따라 재심을 청구, 2008년 12월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서는 중앙정보부의 불법 감금과 고문, 폭행 등의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의 정황을 인정하여 이수근의 간첩 혐의를 무죄로 보았고, 이에 따라 배경옥의 혐의도 무죄인 것으로 판단했다.
배우자나 직계 친족, 형제자매 등 재심청구권이 있는 친족이 남한에 없었던 이수근의 재심은 2017년 9월 27일 대검찰청 공안부에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2018년 10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었다. 법원은 이 판결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국가에 의해 위장간첩의 누명을 쓰고 생명권을 박탈한 권위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해 피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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