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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아내가 남편을 위해 정절을 지킨 이야기.
여인이 지아비를 받들고 신의를 지키는 자연스러운 인정이 유교의 덕목과 결합되어 사회적 규범으로 강조되면서 일찍부터 여러 문헌에 오르게 되었다. 제일 먼저 사적에 오른 것은 도미의 아내가 왕으로부터 정절을 지킨 이야기이다. 도미의 아내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왕이 도미를 불러 "너의 아내가 아무리 정절이 강하여도 어두운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고 묻자 도미는 "신의 아내는 죽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확언했다.
이에 왕은 도미를 잡아놓고, 그의 집에 가서 도미의 아내에게 자신과 도미가 내기장기를 두어 도미가 져서 여인을 자신이 차지하게 되었다고 속이고 난행하려 했는데 도미의 아내가 몰래 비자로 하여금 수청들게 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나중에 왕이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의 두 눈을 빼고 작은 배에 실려보내고 그 아내를 궁으로 끌고와 겁탈하려 하자 도미의 아내는 몸이 더럽다는 핑계로 잠시 빠져나와 달아났다. 그 아내가 강 어귀에 이르렀을 때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니 홀연히 한 척의 배가 나타났다. 그 배를 타고 작은 섬에 이르러 남편과 상봉하고 풀뿌리를 캐어먹으며 연명하면서 객지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후대의 전승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전개되는 여러 가지 화소들, 즉 관탈민녀(官奪民女), 경쟁(내기), 신이한 음덕(陰德)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다른 설화들의 경우와 같이 열녀설화 역시 구비전승에서 더욱 다채롭게 변화되고 심화된다. 구전설화는 그 기반이 민중층인 만큼 부부간의 신의를 지켜나가기 어려운 난관이 가중되지만 그럴수록 아내들의 지조는 더욱 강인해서 어려운 사정이 있어도 굳건하게 정절을 지킨다. 자기 살을 베어 남편을 살리고 남편 대신 옥살이를 하기도 하고, 혼례 전일지라도 혼인약속을 굳게 지킨다.
소박을 당하고도 남편만을 생각하며 정절을 지키다가 죽어 원귀가 되기까지 한다. 그러한 미덕에 하늘의 도움이 없을 리 없으므로 개가하지 않고 늙은 시부모를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는 청상과부를 호랑이가 도와주고, 익사한 남편을 따라 물에 뛰어든 과부를 수신(水神)이 도와서 남편의 시신을 안고 떠오르게 한다. 이런 이야기까지는 그래도 아름다운 향취를 지닐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식을 죽여서 남편을 살리고, 남편 죽인 원수의 아내가 되었다가 복수하고, 남편의 목숨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처절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정절이 아름답고 귀한 덕목인 만큼 지켜지기 어려운 세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열녀설화의 범위를 좀더 넓히면 부부지간은 아니어도, 즉 기생이나 연인 사이의 신의를 굳게 지킨 여인들의 이야기도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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