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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프랑스의 법철학자, 사회학자, 신학자. 20세기 기술문명 시대의 인간소외에 대한 사상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젋은 시절에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쇠뢴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칼 바르트(Karl Barth)의 영향을 깊이 받았으며, 이후 기독교 신학과 사회학 두 분야에서 현대의 기술문명중심사회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정치와 사회, 기술과 종교 등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현상의 구조와 논리를 밝히려고 노력한 사상가였다.

초기 생애

자크 엘륄은 1912년 1월 6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조제프 엘륄(Joseph Ellul)과 포르투갈·프랑스 출신 마흐트 멩데스(Marthe Mendes)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의 엘륄은 문학과 역사 과목에서 특히 돋보이는 학생이었다. 이 무렵 해군 장교를 뀸꾸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법률 공부를 권하여 그는 보르도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29~1930년 개신교학생연합회에서 만난 베르나르 샤르보노(Bernard Charbonneau)는 엘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그는 이후 사상가이자 생태학연구가로 활동했으며 평생동안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1936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륄은 1937~38년 몽펠리에대학교(Université de Bordeaux), 1938~40년 스트라스부르대학교(Université de Strasbourg)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역사학과 사회학을 계속 공부했다.

사회 활동

자크 엘륄은 1940년 강의중에 독일에 의해 남부 프랑스에 수립된 비시 정부(Régime de Vichy)의 수반인 필리프 페텡(Henri Philippe Benoni Omer Joseph Pétain)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했으며, 이후 독일이 프랑스에서 물러날 때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다. 1944년부터 보르도대학교(Université de Bordeaux) 법학부의 교수가 되었으며, 1948년부터는 보르도정치대학(Institut d'études politiques de Bordeaux)의 교수로 임명되어 사회사를 강의했다.

엘륄은 1944~45년 사이 몇달 동안 보르도시의 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가 좌절했던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사회적인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는 것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1956~1971년에는 프랑스개혁교회 전국협의회의 위원을 지냈으며, 1958~1977년에는 청소년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하고, 1973~1977년에는 60년 지기인 베르나르 샤르보노와 함께 프랑스 남부의 아키텐 해안(Côte Aquitaine)의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자크 엘륄은 1980년 은퇴할 때까지 보르도의 두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면서 연구와 집필에 전념해 60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남겼다. 그는 은퇴 후에도 보르도 인근에 머물면서 활동적으로 집필에 열중했으며, 1994년 5월 19일 보르도의 그의 집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보르도에서 만난 네덜란드계 영국인 이베트 렌스벨트(Yvette Lensvelt)와 1937년 결혼, 네 자녀를 두었다. 부인 렌스벨트는 그보다 앞선 1991년 사망했다.

주요 사상

자크 엘륄은 당시의 여러 학문적 주류에 비해 매우 독창적이면서 비정형적인 사상가로 간주된다. 그는 18세가 되던 1930년에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Faust)>를 혼자 번역하다가 신적 체험을 겪은 후, 1932년에 스스로 기독교인임을 선언했다. 이 무렵 그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쇠뢴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칼 바르트(Karl Barth)의 저작들을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그의 사상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신학,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사회학, 그리고 이들 사이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관계를 현대 기술문명을 배경으로 실존적 윤리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는 그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알려져 있는 〈기술 혹은 시대의 쟁점(La Technique ou l'Enjeu du siècle)>을 통해 현대 사회의 핵심적이며 독자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분석하면서 기술 문명이 인간에게 어뗜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인간을 소외시키는지에 대해서 역설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인이면서도 국가 권력과 제도, 기술 문명과의 결합을 통해 왜곡되어 온 기독교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에게 보여준 모범이야말로 인간에게 참된 자유를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며, 이를 통해 기술 문명과 체계의 차원을 넘은 인간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 국가 제도나 제도화된 교회의 신성화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점은 아나키즘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저작과 영향

그는 1936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사유재산의 변화와 사법적 성격에 대한 연구(Étude sur l'évolution et la nature juridique du Mancipium)> 이후 60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초기 저작으로는 〈법의 신학적 기초(Le Fondement theologique du droit)〉(1946), 〈현대 세상에서의 현존(Presence au monde moderne)〉(1948) 등이 있으며, 가장 잘 알려진 저서는 〈기술 혹은 시대의 쟁점(La Technique ou l'Enjeu du siècle)>(1954), 〈선전(Propagandes)〉(1962), 〈정치적 환상(L'Illusion politique)〉(1965) 등이다.

엘륄은 그의 저작들을 통해 인간이 국가와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어떠한 위험이 발생할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신학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윤리 삼부작으로 알려져 있는 <원함과 행함(Le vouloir et le fair)>(1964), <자유의 윤리 1,2권(Ethique de la liberte Ⅰ,Ⅱ)>(1974), <자유의 투쟁(Les combats de la liberte)>(1984) 등이 있다. 자크 엘륄은 프랑스 학계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보르도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그의 사후에 비로소 그의 사상적 영향이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엘륄의 대표작인 <기술 혹은 시대의 쟁점>이 <기술 사회(The Technological Society)>(1964)라는 이름으로 영역되어 미국에서 출판된 이래 자크 엘륄은 미국의 학계에서 기술비관론자로 알려지면서 기술문명의 본질을 일찌기 예측한 기술비평의 선구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유작을 묶은 책의 제목(Penser globalement, agir localement: chroniques journalistiques, 2007)이기도 한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사유와 행동의 실천적 차원을 예시하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