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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바칸은 터키 북부 흑해 연안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이슬람 재판관 가운데 1명이었다. 오스만 제국의 종교재판 체제는 1923년 터키공화국이 건국된 뒤 비종교적인 법전 체제로 바뀌었다. 장래의 정치 지도자 에르바칸은 이스탄불공과대학교와 서독 아헨의 라인베스트팔렌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이스탄불공과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9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1970년에 이슬람 정당을 결성했지만, 군사정부는 1971년에 그의 정당을 불법화했다. 그는 1972년 다시 정당을 결성했고, 1970년대에 두 차례 부총리를 지냈다. 1980년에 군부는 다시 그의 정당을 불법화했다. 에르바칸은 잠시 투옥되었으며 1987년까지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다. 그가 3번째로 결성한 복지당은 이전의 두 정당보다 성공적이었고, 특히 지방조직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 지방조직을 통해 복지당은 기존 정당 지도자들이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1995년 선거에서 에르바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할 것,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을 폐기할 것, 시리아와 이란 같은 중동 국가들과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를 발전시킬 것을 주장했다. 에르바칸의 복지당은 그해 12월에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전체 의석 550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함으로써 터키 총선거에서 승리한 최초의 이슬람 정당이 되었다.

1996년초 에르바칸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그러자 정도당(True Path Party)과 조국당(Motherland Party)의 중도우파 연립정부가 정권을 잡았지만, 6월에 내부 의견 차이로 무너졌다. 에르바칸은 다시 연립정부 구성을 요청받았고, 이번에는 정도당의 질레르가 그와 제휴하는 데 동의해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그해 7월 이슬람 국가들과의 유대 강화를 강조한 에르바칸은 터키 최초의 이슬람계 총리가 되었으나 그 생명은 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