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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보지, 호는 도선노인·청이장자. 칭장[淸江 : 지금의 장시 성에 속함] 사람으로, 예장(지금의 장시 성 난창 시)에서 살았다. 한대(漢代)의 저명한 학자인 양웅의 후손이다. 평생 강직했고 영리를 도모하지 않았으며, 송 고종 때는 진회가 금나라에 타협한 것에 불만을 품고, 조정에서 여러 차례 불러들였지만 거절하고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수묵인물화는 이공린(李公麟)에게 배웠으며, 매화·대나무·소나무·돌·수선화를 잘 그렸는데, 특히 매화 그림이 뛰어났다. 일찍이 북송 말기에 묵매의 창시자인 화광화상에게 배운 적이 있다. 야생매화를 잘 그린 까닭에 휘종은 그를 '촌매'라고 불렀다. 사물을 보면서 유추하여 그리는 새로운 형상예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화광화상의 붓을 휘갈겨 꽃을 그리는 방법을 변화시켜 묵선으로 꽃잎의 윤곽을 그리고 가장 작은 꽃봉오리는 진한 먹으로 점을 찍는 권화법을 창시함으로써 '스승을 뛰어넘는[出藍] 영예'를 얻었다.

그는 나무줄기를 고아하고 힘차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렸는데, 굵은 붓으로 단번에 완성하는데도 젖은 부분과 마른 부분이 적절하게 그려졌다. 그 사이에 비백(먹을 적게 하여 붓자국에 흰 잔줄이 생기게 쓰는 서체)을 사용하여 수수하고 얼룩진 듯한 질감을 그대로 표현했으며, 나뭇가지를 그리는 운필법은 탄력성이 풍부하여 매우 훌륭하다. 형상은 사실적이며, 윤곽 묘사의 방법을 빌지 않고 그렸다. 수묵은 형식보다는 내용이나 정신을 그려내는 데 치중했으며, 방종함이나 생동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현존하는 〈사매화도 四梅花圖〉·〈설매도 雪梅圖〉가 대표작이다. 그는 시(詩)·사(詞)와 서예에도 능했으며, 서법은 구양순(歐陽詢)에게 배워서 힘이 넘쳤다. 〈도선사 逃禪詞〉가 세상에 전하는데, 이 사의 격조 역시 힘차면서도 고상하다. 시·사와 서예의 숙련은 그의 회화예술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묵매예술 발전사에서 그의 지위는 매우 높으며, 그후 탕정중·조맹견·왕면·진헌장·김농(金農)·이방응(李方膺) 등 송·원·명·청 시대 묵매의 대가들이 이룩해 놓은 성취는 모두 양무구의 업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