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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국가의 격변기였던 468년 3월 3일 교황 힐라리오를 계승했다. 당시 동방교회는 정통신앙과 단성론(그리스도가 인성과 신성의 두 본성이 아닌 하나의 본성만 갖고 있다고 가르친 교리)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안티오키아 총대주교구에서는 칼케돈 공의회(451)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디모테오 아일루루스가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직을 되찾자 단성론자들은 알렉산드리아·안티오키아·예루살렘 등의 주요교구들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심플리치오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아카키우스와 친단성론파 인물인 바실리스쿠스(475년 1월 동로마 제국황제 제노에게 권력을 찬탈한 인물)에게 디모테오를 고소했다. 476년 8월 제노가 권력을 되찾자 정통신앙이 회복되었고, 심플리치오는 황제로 하여금 디모테오를 제재하는 칙령을 공포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후에 디모테오의 후계자이자 단성론자인 페트루스 몽구스를 제노와 아카키우스에게 고소했지만, 비슷한 칙령을 내리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심플리치오는 공의회를 통해서 단성론 논쟁을 해결하려고 했다.

심플리치오가 교황으로 재위하고 있었던 476년 소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이교도 오도아케르에게 폐위당한 뒤에 후계자 지명이 이루어지지 못해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다. 그뒤 오도아케르는 제노의 허락을 얻어 이탈리아의 원로원 의원이 되었고, 마침내 이탈리아 최초의 왕이 되었다. 그러자 동로마 제국 황제 제노는 표면상 로마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유일한 합법적 통치자가 되었으며, 서방에서 황제의 세력이 없어짐으로써 교황의 위세는 더욱 높아져 권력의 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심플리치오는 교황대리 체제를 이베리아 반도까지 확대하고, 세비야의 주교를 교황 대리자로 공포함으로써 전임 교황들의 협력 정책을 그대로 따랐다. 482년 제노는 아카키우스와 페테루스가 초안을 작성한 화해 문서 〈헤노티콘 Henotikon〉을 발행해 니케아 공의회(325)가 채택한 교리들을 재확인하고, 칼케돈 공의회를 평가절하했다. 〈헤노티콘〉은 단성론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어서 동방교회에는 잠시 평화가 찾아왔으나, 로마 교회와 분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아카키우스 분열). 심플리치오는 칼케돈 공의회의 정통성을 확고히 고수했고, 제노의 친단성론파 정책에 반대했으며, 동로마 제국의 황제교황주의(세속군주가 교회문제에 수장권을 행사하는 제도)에 반대하여 교황 수위권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