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생애

안토니오니는 몇몇 영화의 배경을 이루는 이탈리아 북부의 온화하고 평온한 평원이 낳은 인물임을 누구라도 곧 알아볼 수 있다.

신중하고 내성적인 그는 자신이 한 사람의 인간이자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지방의 안정된 부르주아 집안에서 전통적인 교육 및 자제(自制)와 자기수양 규범을 익히고, 사람과 삶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데 필요한 여가와 안락을 누리며 돈걱정 없이 자란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페라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볼로냐의 대학을 다녔다. 어린시절에는 건축과 그림에 관심을 가졌으나 대학에 가서는 고전을 공부한 후 경제학과 상업을 공부했다.

또한 영화관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웃 파도바 시의 신문에 영화비평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39년 그는 영화를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영화를 할 수 있는 곳은 로마였으므로 안토니오니는 로마로 가 〈시네마 Cinema〉 잡지사 직원이 되었고 영화학교에서 몇 달 동안 공부하기도 했다. 그외에 그가 20대에 무엇을 했는지는, 이탈리아 북부의 아마추어 테니스 우승자가 된 것을 제외하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30세에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Pilota ritorna〉 등 몇몇 주요 장편영화들의 대본을 같이 쓰기 시작한 것이 그의 영화작업의 시작이라 볼 수 있으며, 그후 프랑스로 가서 전쟁기간에 마르셀 카르네 감독 아래 조감독으로 〈밤의 방문객 Les Visiteurs du soir〉 제작에 참여했다. 1943년 자신의 최초의 영화인 단편기록영화 〈포 강의 사람들 Gente del Po〉을 감독하기 시작했으나,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여 혼란에 빠짐에 따라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다. 그는 한동안 프랑스어를 번역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지하신문 〈이탈리아 리베라 Italia libera〉에 영화비평을 발표하고 미완성의 대본을 몇 편 썼다.

1947년 마침내 〈포 강의 사람들〉을 완성하고 뒤이어 6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며, 1950년 아주 애절한 로맨스를 다룬 최초의 장편영화 〈사랑 이야기 Cronaca di un amore〉를 만들어 즉시 재능 있는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후 안토니오니의 생활은 적어도 외부세계에 관해서는 영화제작이 전부였다. 초기의 두드러진 작품으로는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여자 친구〉, 맨 처음 국제적 성공을 거둔 〈정사〉, 최초의 컬러 영화 〈붉은 사막 Deserto rosso〉(1964), 영어 대사를 사용한 첫 장편영화 〈욕망〉,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영화 〈자브리스키 포인트 Zabriskie Point〉(1970) 등이 있다.

그는 모니카 비티를 훌륭한 여배우로 키웠는데, 그녀의 우아하고 신비스런 용모에서 풍기는 따뜻한 인간미 덕분에 〈정사〉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구조와 모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토니오니의 영화에서는 이런 종류의 매개체가 필요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그의 접근법은 너무 냉철하고 추상적이어서 선택된 소수의 수준높은 관객들 이외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그림같이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움직이는 부분들로 묘사한다. 그들은 의미있는 행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말없이 꿈속을 헤맨다. 반면 외부세계는 그들이 결코 표현하지 않는 감정들과 그들 서로간의 소외 및 자기 주변의 삶으로부터 소외를 반영한다.

그의 새롭고 개인적인 시각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 〈정사〉·〈태양은 외로워〉를 제작했을 무렵에 그의 명성은 절정에 달했는데, 이 두 작품에서 모니카 비티는 사랑으로 삶의 공허함을 메우려다 실패하는 젊은 여인 역을 맡았다.

〈중국 Chung Kuo-China〉(1972)·〈승객 The Passenger〉(1974)·〈오버발트의 신비 The Mystery of Oberwald〉(1980) 등 후기작품들은 그다지 찬사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영화사 및 20세기 감성의 발달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평가

주요한 영화미학자의 한 사람인 안토니오니는 꾸밈없는 실재를 영화의 이상으로 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압도적인 견해에 대한 비평적·상업적 반발의 선봉에 섰다.

그가 감독한 영화는 인간 체험에 대한 기록이기보다는 상징이었다. 그는 결코 전통적 줄거리나 인물 분석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의 근본적 표현수단은 오히려 시각적 이미지였으며,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현대의 산업화된 풍경이었다. 안토니오니 이후에 그와 같이 비감상적인 눈으로 급수탑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더미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영화에서는 20세기 도시사회의 기계의 뒤범벅 속에 새로운 유형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