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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습재. 11세기 이후 중국을 지배한 사변적인 성리학에 반대하여 실용적·경험적인 유가 학파를 창시했다.

3세 때 아버지가 만주족 군대에 끌려가서 돌아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은 가난하게 살았다. 젊은 시절 유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료가 되기 위해 과거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몇 차례 시험에 낙방한 뒤 교육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성리학의 형이상학에 반발한 것은 청나라(1644~1911/12)에 반감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만주족이 중국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허약하게 만든 그릇된 정부와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성리학의 고전해석 대신에 고대 유가경전 그 자체의 연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맹자가 말한 고대 정전제의 실시를 주장했다. 정전제는 경지를 9구역으로 나누어 8가구에 1구역씩 나누어 주고, 나머지 1구역은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세금을 내는 이상적 토지제도이다. 그는 토지의 고른 분배로 모든 사람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또 병농일치의 국민개병제를 부활시킬 것을 주장했다.

한편 유용한 지식과 교육은 실제경험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이 신체활동을 꺼리고 군사훈련을 얕보며 난해한 이야기와 책 속에 파묻혀 있는 한, 중국은 계속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1696년 장남서원을 세워 자신의 교육이론을 실천에 옮겼다. 교과과정에는 역사·유교경전 외에도 수학·지리·군사전술·전략·궁술·무예 등이 들어 있었다.

그의 저작은 그의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공(李塨：1659~1733)의 글과 함께 안이학파로 알려진 새로운 철학운동의 주요저서가 되었다. 1920년 이들의 이론을 연구하고 보급하기 위한 학회가 베이징에서 만들어졌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주요저작에는 〈사존편 四存編〉·〈사서정오 四書正誤〉·〈주자어류평 朱子語類評〉·〈습재기여 習齋記餘〉 등이 있는데, 19세기 후반에 간행된 〈안이총서 顔李叢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