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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근대 말레이 문학의 선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랍계(예멘)와 타밀계의 피가 섞여 있는 아브둘라는 새롭게 영국령이 된 말라카에서 말레이-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고 성장했으며 말레이 사회를 서구 사회에 소개하고 또 반대로 서구 사회를 말레이에 알려주는 일에 그의 전생애를 바쳤다.

젊은시절부터 문시(munshi：교사)였던 그는 말라카 수비대에 있던 인도인 병사들에게, 그리고 뒤에는 영국인이나 미국인 선교사, 관리, 상사직원들에게도 말레이어를 가르쳤는데 그의 이러한 역할 때문에 그는 당시 탄생기에 있던 영국령 해협 식민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원이 되었다.

그는 스탬퍼드 래플스 밑에서 말레이어를 필사하는 일을 했으며, 1815년부터 말라카에 있던 런던 선교사회를 위해 복음서와 다른 성서들을 말레이어로 번역했고 20년 뒤에는 싱가포르에서 미국 선교사회가 경영하던 출판사의 인쇄 일을 맡기도 했다.

1837년 말라야 동부 해안에서 얻은 여행 경험을 책으로 생생하게 엮어낸 미국인 선교사 앨프레드 노스의 영향을 받은 아브둘라는 그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생각은 1843년 〈히카야트 아브둘라 Hikayat Abdullah〉('아브둘라의 이야기'라는 뜻)라는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고, 1849년 초판 발행 이후 여러 차례 중판되어 영어를 포함한 다른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그의 삶과 그 시대를 생생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말레이 문체에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었다.

과거 궁중문학과는 달리 〈히카야트 아브둘라〉는 그때까지 없었던 참신성과 직접성을 이용해 사건과 인물을 생생한 구어체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그리고 서양의 가치기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 그의 태도 때문에 최근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세대로부터 그리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그는 근대 말레이 문학의 시조라는 폭넓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