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북아메리카의 아메리카너구리류 가운데 대표적인 종은 아메리카너구리(Procyon lotor)로, 이 동물은 짧은 다리, 털이 무성한 꼬리, 뾰족한 주둥이, 작고 곧추선 귀를 가진 튼튼한 동물이다. 25㎝ 길이의 꼬리를 포함한 몸길이는 75~90㎝이며 몸무게는 대개 10㎏쯤 된다(수컷 중 큰 것은 20㎏ 이상 나가기도 함).

아메리카너구리류는 털이 많고 거칠며, 철회색부터 갈색 기운이 도는 검은색까지 색깔을 띤다. 얼굴에는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 '마스크'가 뚜렷해 이 동물의 특징이 되며, 꼬리에도 고리 모양의 검은 띠가 5~10개 있다.

다리는 작고, 특히 앞발은 사람의 가느다란 손을 닮았다. 아메리카너구리류는 물이 가까이 있는 숲을 선호하나, 사람이 있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아 대도시 가까이에서도 발견될 때가 있다. 이 동물은 북부 앨버타로부터 미국 대부분의 지역을 거쳐 남아메리카까지 분포한다. 아메리카너구리류는 야행성이며 잡식성으로 다양한 절지동물과 설치류·개구리·장과류(漿果類)·열매, 그밖의 식물들을 먹는다. 가두어 기를 때는 특히 주위에 물이 있으면 먹이를 물로 씻어 먹는 경향이 있다. 나무에 쉽게 오르며 대개 속이 빈 나무에서 보금자리를 찾는다. 몹시 추운 날씨에는 잠자는 기간이 연장되지만, 겨울잠을 자지는 않는다. 새끼는 60~73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한배에 1~6(대개 3~4)마리를 낳는다. 암컷은 새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고, 생후 2개월가량 지나 젖을 떼도 약 1년간은 돌본다.

아메리카너구리류는 호기심이 강하고 신중하며 총명해서 어릴 때는 애완동물로 좋으나, 나이가 들면 성을 잘 내는 경향이 있다. 알과 새끼새, 옥수수, 멜론 등을 좋아해 어떤 지역에서는 성가시게 여긴다. 모피나 고기를 얻기 위해 사냥개로 사냥을 하고, 덫을 놓아 잡기도 한다.

다 자란 아메리카너구리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발톱과 이빨을 써서 찢고 마구 베며 맹렬히 싸워 개가 거의 공격하지 못한다. 물 속에서는 상대를 익사시키기도 한다. 근연종인 커다란 게먹는아메리카너구리(P. cancrivorous)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남쪽 멀리 아르헨티나 북부까지 서식하고 있다. 이 동물은 북아메리카산 종(種)을 닮았으나 그보다 작고 거친 털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