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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역에 뛰어났다.

유랑극단을 이끌던 로저와 사라 켐블의 12명의 자녀 중에 장녀로 태어났다(그녀의 집안은 부모로부터 유명한 배우인 손녀 패니 켐블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이름있는 배우 가문임). 어렸을 때부터 무대 출연에 익숙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극단이 공연하고 있는 소도시의 학교에 보낸 덕택에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20세도 채 되지 않아 아버지의 극단에서 일하는 그저 얼굴만 잘생긴 배우 윌리엄 시든스에게 반했으나, 지방의 명사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다.

윌리엄 시든스는 극단에서 쫓겨났고, 그녀는 워릭셔의 가이스 클리프에 있는 귀부인의 하녀로 보내졌다. 그녀는 이곳에서 하인들이나 때로는 귀족들이 모인 앞에서 셰익스피어, 존 밀턴, 니콜라스 로의 작품을 암송했으며, 조각에 대한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이 재능은 특히 1789~90년에 나타났으며, 나중에 자신의 흉상을 만들기도 함). 급기야는 시든스와의 결혼 승락을 얻어내고, 1773년 11월 코번트리의 트리니티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8세의 시든스 부인은 새로 생긴 극단에 들어갔고, 1774년 첼튼엄에서 공연된 토머스 오트웨이의 〈보존된 베네치아 Venice Preserved〉에서 벨비데라 역을 맡아 비웃으러 왔던 '상류사회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결과 처음으로 여배우로서의 자질을 분명하게 인정받았다.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을 전해 들은 연극제작자 데이비드 개릭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리인을 보냈을 때,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우스터셔의 썰렁한 건물에서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에 로잘린드 역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개릭은 그녀에게 계약 체결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1775년 런던의 드루어리 레인 극장에서 개릭과 함께 출연했으나 실패했다. 그후 다시 지방순회공연에 나서 대단한 인기를 모은 끝에 영국 연극계에서 비극의 여왕이 되었다.

1782년 개릭의 후계자 리처드 브린즐리 셰리든의 요청을 받자 마지못해 다시 드루어리 레인에서 토머스 서던의 〈운명의 결혼 Fatal Marriage〉에 이자벨라 역으로 출연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남동생 존 필립 켐블과 1803년 코벤트 가든 극장으로 옮길 때까지 드루어리 레인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1783년 그녀는 왕족의 어린이들에게 낭독법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임명되었다. 1812년 6월 29일 정식 무대 은퇴 공연인 〈맥베스 Macbeth〉에서 맥베스 부인 역으로 마지막 연기를 보일 때, 관객들은 그녀의 완벽한 연기인 몽유병 장면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을 허락하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희극 출연을 피하고 많은 비극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았는데, 주요배역으로는 맥베스 부인, 이자벨라, 〈보존된 베네치아〉의 벨비데라, 〈헨리 8세 Henry Ⅷ〉의 캐서린, 〈존 왕 King John〉의 콘스턴스 등이 있지만,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인 것은 맥베스 부인 역이었다.

그녀의 성공은 그녀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한 데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배역을 동일시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잊은 채 그 인물에 홀린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초상화는 토머스 게인즈버러, 토머스 로렌스 경, 조슈아 레이놀즈 경이 그렸는데, 레이놀즈는 자신이 그린 그림에 '비극의 뮤즈 시든스 부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윌리엄 해즐릿은 그녀에 대해 "마치 신전에서 나오듯이 열정이 그녀의 가슴으로부터 발산되었다. 그녀는 비극의 화신이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