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아버지 벌리 경 윌리엄 세실의 뒤를 이어 1598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밑에서 총리가 되었다. 제임스 1세의 즉위 후 처음 9년 동안 유능하게 정부를 이끌었으며 영국의 통치권이 튜더 왕가에서 스튜어트 왕가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통치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정치 기술을 익혔으며 1584년 하원에 진출하고 1588년에는 처음으로 외교 임무를 띠고 해외에 나가기도 했다.

1590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무장관 프랜시스 월싱엄이 죽은 뒤 그는 점차로 국무장관의 직무를 관할해 나갔고 1596년 7월에는 공식적으로 국무장관직에 임명되었다. 이 시기의 권력투쟁에서 그의 최고 정적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던 에식스 백작 2세 로버트 데버루였다. 1601년 에식스가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반란을 꾸민 혐의로 처형된 후 그는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와 자유롭게 서신 교환을 하면서 제임스에게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제임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죽자마자 별탈없이 왕위를 계승했고 그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1604년 크랜본 자작작위를, 1605년에는 솔즈베리 백작작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부친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입안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온건 반로마 가톨릭, 반스페인, 반청교도 노선을 추구했다. 1604년에는 19년 간에 걸친 스페인과의 전쟁을 종결짓는 평화협상을 이끌어내면서 한편으로는 스페인에 대항하는 네덜란드인들의 반란을 지원했다. 1609년 스페인과 네덜란드 사이에 12년 휴전협정이 조인되자 그는 스페인의 조약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다.

외교 분야에 비해서 국내 정치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그리 확고하지 못했다. 1608년 재무장관에 임명되고 나서야 정부의 재정 통제권을 장악할 수 있었으며 늘어가는 왕실의 부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지만 제임스 국왕의 방탕한 소비를 줄일 수는 없었다. 또한 하원이 왕실에 매년 정해진 금액을 주는 대신 봉건 과세를 폐지하자는 자신의 제안인 1610년 이른바 '대(大)계약'을 수락하도록 왕을 설득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1611년 무능력한 로버트 카가 그를 대신해서 왕의 신임을 얻게 되었을 때 이미, 그의 사후에 왕실 재정이 악화되리라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에 관한 전기로 A. 세실의 〈로버트 세실의 생애 A Life of Robert Cecil〉(1915)와 P. M. 핸도버의 〈세실 2세 The Second Cecil〉(1959)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