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파리 분지 북부에 발달한 센 강 유역과 파리 분지 남부에 발달한 루아르 강 유계는 마시프상트랄 북부에서 대서양 연안의 아르모리캥 산지로 이어지는 저구릉성 산열(山列)로 경계지어진다.

동쪽으로는 알프스 북사면 주변부에 남북방향으로 펼쳐진 일련의 중·소규모 산지, 북쪽으로는 아르덴 고원에 둘러싸여 있다. 센 강 본류는 유역의 동남쪽인 부르고뉴 지방 산지에서 발원하여 북서방향으로 흘러 샹파뉴에서는 잠시 남서방향으로 흐르다 다시 북서로 방향을 바꾸어 파리 지역과 노르망디를 통해 하구까지 계속 이 방향으로 흐른다.

크게 동남-북서방향으로 발달된 본류에 오브·욘·루앵·마른·우아즈·외르 강과 같은 지류들이 합류한다. 오브·욘·루앵 강은 센 강 유역 분지 동남부 산지에 발달한 지류로 센 강 상류와 비슷하게 동남-북서방향으로 흐르다 샹파뉴 지역에서 본류와 합류한다. 마른 강과 우아즈 강은 센 강 유역 동부 및 북부 외곽지역을 거의 동심원꼴로 흘러 마른 강은 파리 동부에서, 우아즈 강은 파리 서부에서 합류한다. 파리 서남부지역의 센 강과, 루아르 강 분수계에 해당하는 저구릉성 산지에서 발원하여 일드프랑스 서남부 외곽을 흐르는 외르 강은 센 강 본류가 대서양 연안 아르모리캥 산지를 통과하기 이전의 하류에서 합류한다.

센 강 하계가 발달한 파리 분지의 거시적 지형 윤곽은 완만한 접시 모양의 구조분지이다.

이곳에는 중생대에 퇴적된 일련의 석회암들이 덮여 기반암을 이루고 있다. 이 석회암층은 파리 분지 중심부에 해당하는 파리 및 인근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고도가 낮은 대지의 모습을 이루고, 주변부로 가면서 파리 지역을 향해 완만한 경사로 기울어져 있다. 이러한 지질구조에서의 경암층과 연암층 간의 차별침식으로 특히 파리 동편의 센 강 중상류 유역에는 흔히 '케스타'라고 불리는 비대칭(한편은 완만하고 다른편은 급경사) 구릉들이 발달해 있다.

단단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케스타들은 급경사면이 파리 분지 주변부를 바라보는 형태로 발달했다. 센 강 하류 대서양 연안에서는 이러한 케스타 지형이 해안의 석회암 절벽으로 나타난다. 한편 이 파리 분지 도처는 제4기 빙하기에 바람에 날려와 싸인 풍적토로 덮여 있으며, 토양이 비옥하다.

케스타 지형의 발달이 현저한 파리 분지의 동부 및 동북부에서는 센 강의 본류와 지류들이 케스타 사이를 흐르거나, 또는 이들을 수직으로 절단하는 형태로 발달해 있다.

전자의 경우 하곡의 한쪽 곡사면은 케스타의 급사면에 해당되고, 반대편 곡사면은 인근의 다른 케스타의 완만한 사면에 해당된다. 이러한 비대칭 단면을 보이는 곡지는 대체로 넓은 편이며, 케스타의 완만한 부위에 해당되는 곡사면은 목초지·포도재배지 등으로 이용된다. 유명한 샹파뉴 지역의 포도주는 바로 이러한 곳에서 재배된 포도로 제조된다. 반면 센 강이 케스타를 수직으로 절단하며 흐르는 곳에는 대체로 협곡이 발달되어 있다.

석회암층이 비교적 평탄하게 펼쳐진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흐르는 센 강은 연질석회암이 노출된 곳에 넓은 범람원과 단구면을 지닌 하곡이 발달되어 있는데, 이곳에 파리 시와 인근 위성도시들의 시가지와 공단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센 강의 주요지류인 마른·우아즈 강이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의 인근에는 방대한 범람원과 단구면이 발달하여, 파리 지역의 도시화 확대수요를 가장 많이 수용한 마른라발레·세르지퐁투아즈 같은 대규모 위성도시가 발달되어 있다.

반면 경암이 노출된 지점은 고도가 낮은 대지(臺地)로 이루어져 있다. 센 강은 이러한 석회암 대지를 단층선을 따라 개석·곡류하는데, 하곡의 너비는 비교적 좁다. 특히 풍적토가 덮인 대지는 일드프랑스 지방의 지형적 특징을 대표하며, 오랜 옛날부터 밀 재배 중심의 곡창지대로 이용되어왔다. 파리를 통과한 센 강 하류지역에서는 석회암 대지의 고도가 대서양 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높아지며, 지표의 기복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해안에 이르러서는 이 석회암 대지가 절벽으로 꺾어진다.

따라서 파리를 통과한 센 강은 하구 쪽으로 가면서 이곳 석회암 대지를 개석한 곡지를 흐른다. 하곡은 하류로 가면서 깊어지고, 구간에 따라 곡류하는 협곡을 이루기도 한다. 파리와 인접해 있는 평활한 석회암 대지에서는 주로 밀 재배가 이루어지고, 노르망디의 구릉과 완만한 산사면은 목초지로 이용되어 프랑스의 주요 낙농업지대를 이룬다.

노르망디 지방을 횡단하여 해안에 이르는 강의 하구는 갑자기 넓어져 르아브르 시 부근에서는 너비가 25㎞ 정도 된다.

하구를 이루는 만의 내부에는 조수작용에 의한 갯벌퇴적현상으로 만입상 삼각주가 발달되었다. 조수에 의한 갯벌퇴적으로 강 하구 일대의 수심이 낮아졌기 때문에 르아브르의 항구 기능을 유지하고 이곳에서 센 강을 통한 내륙으로의 수운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19세기 후반부터 계속 준설작업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