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성직자들의 부패를 뿌리뽑고 세속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성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의 성직 개혁을 지지했다.

빌헬름은 어린 나이에 게겐스부르크에 있는 장크트 에머란의 수도원학교에 들어갔다. 1069년 뷔르템베르크에 있는 히르사우 수도원의 대수도원장 프리드리히가 면직된 뒤 후임 대수도원장으로 임명되었으나, 1071년 프리드리히가 죽은 다음에야 이 직위를 받아들였다.

1075년 로마를 방문하여 그레고리우스에게서 히르사우 대수도원은 자주 정치적인 야심을 드러냈던 그 지역 주교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교령을 받아냈다. 그 대가로 독일에서 그레고리우스 개혁을 추진하는 대리자가 되었다. 교황이 정치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성직자들을 임명할 수 있는 권리를 놓고 벌어진 서임권 논쟁에서 교황청을 지지했다. 또한 정치적·경제적 이익만을 노려 교황청과 손을 잡는 독일 주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79년 교황의 권유로 히르사우 대수도원에 클뤼니 수도회의 제도와 관습을 도입했다. 프랑스에 있는 베네딕투스 수도회 소속의 클뤼니 대수도원에서 발전한 성무일도를 기준으로 세밀한 성무일도서를 만들었다. 그가 쓴 〈히르사우의 회헌 Constitutiones Hirsaugienses〉은 클뤼니 수도회의 회헌보다 엄격하게 공동기도와 침묵을 행하도록 규정했다.

1077년에는 수도원에서 노동을 맡을 '바깥의 형제'(fratres exteriores : '평수사')를 조직했다. 이 수사들은 성직자 수사들보다는 엄격하지 않은 수도 서약을 했고, 전례에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이 관습은 여러 클뤼니 수도원에 널리 퍼졌고, 나중에는 유럽 전역의 베네딕투스회 수도원의 규범이 되었다. 그의 개혁작업은 큰 호응을 얻어 1083년 히르사우 수도원은 갈수록 늘어가는 수사들을 수용하기 위해 근처에 새로운 수도원을 지어야만 했다. 다른 대수도원들도 히르사우와 관계를 맺게 되었으며, 이로써 히르사우는 수도원운동의 중심지로 바뀌었다. 빌헬름이 살아 있는 동안 히르사우 수도원의 회칙을 따르는 수도원이 100개 이상 세워졌다.

빌헬름은 〈음악에 관한 대화록 Dialogi de musica〉·〈천문학에 관하여 De astronomia〉를 써서 히르사우 수도원의 학문활동에 이바지했다. 이 소논문들은 〈히르사우의 회헌〉과 함께 J.P.미뉴가 편집한 〈라틴 교부선집 Patrologia Latina〉(150권, 1854)에 실려 있다. 빌헬름의 생애에 관한 주요자료는 W. 바텐바흐가 편집한 〈독일의 역사 기록들, 저자편 Monumenta Germaniae Historica, Scriptores〉(12권, 1856)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