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비노슈의 아버지는 조각가이자 극장 연출가였고, 어머니는 교사이자 배우였다. 2세 때 부모가 이혼하고 나서 그녀는 어머니에게 맡겨졌는데, 어머니는 딸에게 연기를 하라고 권유했다. 보통교육을 마치고 난 비노슈는 파리연극학교에서 연기를 수업하는 한편 유명한 연기교사인 베라 그레그에게 사사했다.

그녀는 1970년대 후반 파리의 연극 무대에 데뷔해 주로 몰리에르, 외젠 이오네스코,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1980년대 전반에는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단역을 맡았다. 1984년 그녀는 장 뤼크 고다르의 〈안녕, 마리 Je vous salue, Marie〉(1985)에서 배역을 얻기 위해 오디션을 받았는데, 이것이 그녀 연기인생의 첫 전기였다. 처음에는 배역을 못 따냈지만 그녀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은 고다르는 특별히 그녀를 위한 배역을 대본에 추가했다. 그 해 비노슈는 앙드레 테시네의 〈약속 Rendez-vous〉(1985)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폭넓은 갈채를 받았다.

그녀는 파리에서 여배우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시골 여자 니나를 연기해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1986년 프랑스 언론인들이 그 해의 뛰어난 여배우에게 주는 로미 슈나이더 상을 받았다. 이듬해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라스와 연인이 된 그녀는 그의 영화 〈나쁜 피 Mauvais sang〉(1986)와 〈퐁뇌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1991)에 출연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1988, 국내 개봉 당시의 제목은 〈프라하의 봄〉)은 그녀가 처음 영어로 연기한 영화였으며 그녀의 재능이 세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첫번째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1960년대 프라하에 살고 있는 사진작가 테레자 역을 맡았다. 정열적이면서도 순결한 영혼을 표현한 비노슈의 연기 덕분에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의 연기는 특히 〈세 가지 색 Trois couleurs〉 3부작 중 〈세 가지 색 : 블루 Trois couleurs : Bleu〉(1993)의 주인공 역할을 할 때 빛났다. 이 영화에서의 매혹적인 연기로 그녀는 1994년 프랑스판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세자르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비노슈는 또한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 Damage〉(1992)와 〈지붕 위의 기병 Hussard sur le toit〉(1995)에서도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매혹적인 용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은 미모만이 아니라 그보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 순결하고 신비로운 표정이다. 비노슈는 말을 하지 않고도 절망·놀라움·고독·만족감 따위의 다양한 감정들을 진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비노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특히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배치된 프랑스계 캐나다인 간호사 아나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1997년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받았다.

비노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초콜릿 Chocolat〉(2000)에서도 조니 뎁의 상대역으로 훌륭히 연기했다. 이후에도 〈히든 Cache〉(2005, 영어 제목은 Hidden), 〈다섯 번째 계절 Bee Season〉(2005), 〈무단침입 Breaking and Entering〉(2006), 〈댄 인 러브 Dan in Real Life〉(2007) 등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