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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뒤에 활동한 영화감독으로, 그의 작품은 순수하고 품격있는 사진적 스타일 속에서 인간심리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50여 년 동안 겨우 단편영화 1편과 장편영화 13편을 만들었지만, 대부분이 예술적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그는 누벨 바그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로 간주된다.

완벽주의자였으며, 말이 아니라 영상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순하고 순수하며 극적인 영상을 잘 활용하고, 평범함과 단조로움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신인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영화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내용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화가 겸 사진사로 활동하다가 1934년 첫 단편영화 〈공적 문제 Les Affaires publiques〉를 만들면서 영화감독이 되었다. 겉으로는 겸손한 체하지만 속마음은 교만한 수도원의 어느 수녀를 다룬, 장 지로두가 대사를 쓴 첫 장편영화 〈타락한 천사들 Les Anges du péché〉(1943)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엄격하고 지적인 태도는 영적인 탐구에도 적합했다.

장 콕토가 대사를 쓴 〈불로뉴 숲의 여인들 Les Dames du Bois de Boulogne〉(1945), 양심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성직자를 묘사한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영화화해 1951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Le Journal d'un curé de campagne〉(1950), 교도소 탈출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심리를 연구하고 있는 1957년 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의 〈사형수의 도주 Un Condamnéàmort s'est échappé〉(1956: 한국에서는 〈저항〉으로 상영됨) 등 잇따라 발표한 영화들은 갈수록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문제로 삼았다.

그 밖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영향을 받아 만든 〈소매치기 Pickpocket〉(1959), 격렬한 감정을 잘 표현한 〈잔 다르크의 재판 Le Proces de Jeanne d'Arc〉(1961), 당나귀의 삶을 통해 인간의 야수성을 보여준 〈발타자르, 위험해 Au hasard, Balthazar〉(1966), 불행한 소녀가 죽음을 맞기 전 이틀간의 삶을 담은 〈무셰트 Mouchette〉(1966),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영감을 받은 〈다정한 여인 Une Femme douce〉(1969)과 〈몽상가의 4일밤 Quatre nuits d'un reveur〉(1971)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후 오래 전부터 계획해 온 영화로, 아서 왕 전설에서 로맨스적 내용을 배제한 〈호수의 기사 랜슬롯 Lancelot du Lac〉(1974)이 있다. 그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는 아마도 소외된 지적인 젊은이들의 절망을 잘 그려낸 〈어쩌면 악마가 Le Diable probablement〉(1977)일 것이다.

브레송의 마지막 영화이자 그가 스스로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한 작품은 〈돈 L'Argent〉(1983)이었다. 레오 톨스토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조그만 범죄가 더 큰 죄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 이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어 예술창조대상(Grand Prix du Cinema de Creation)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