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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작품은 영국 소설과 유럽 사실주의 문학의 주류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기제조 중심지로서 고향 스태퍼드셔와 도시 스토크어펀트렌트가 한데 합쳐진 이래 '다섯 마을'을 다룬, 세부묘사가 치밀한 소설로 가장 유명하다. 젊었을 때 프랑스의 사실주의 소설가들, 특히 사람과 장소 및 사건의 자세한 묘사를 강조한 플로베르와 발자크를 집중연구하면서 작가수업을 했다. 또한 위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은 조지 무어의 직접적인 영향도 받았다. 그가 쓴 평론은 아주 높은 수준이어서 소설을 쓰지 않았더라도 중요한 작가 대열에 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극작가로서는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에드워드 노블락과 함께 쓴 〈이정표 Milestones〉(1912), 5년 전에 쓴 자신의 소설 〈생매장 Buried Alive〉(1908)을 각색한 〈대모험 The Great Adventure〉(1913) 모두 장기공연에 재공연을 거듭했다.

아버지는 자수성가해서 어렵게 사무변호사 자격을 딴 사람이었고, 집안 분위기는 체면과 자기수양을 중히 여기는 편이었다. 9남매 중 큰 아들로 태어난 베넷은 뉴캐슬언더라임의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 사무소에 서기로 들어갔다. 1889년 런던으로 가 또다시 사무변호사의 서기가 되었으나, 인기 연재소설을 쓰고 여성잡지를 편집함으로써 곧 작가로서 발판을 마련했다.

첫 장편소설 〈북쪽에서 온 사나이 A Man from the North〉(1898)를 발표한 뒤 직업작가로 나서 처음에는 베드퍼드셔 교외에 살다가, 아버지가 죽자 1903년 파리로 갔다. 1907년 프랑스 여배우 마르그리트 술리에와 결혼했으나 1921년 이혼했다.

일찍이 1893년에 '다섯 마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았으며, 런던 남쪽의 중산층 구역을 무대로 한 〈라이시먼 계단 Riceyman Steps〉(1923)만을 뺀 모든 대표적 장편소설, 〈다섯 마을의 애나 Anna of the Five Towns〉(1902)·〈늙은 부인들 이야기 The Old Wives' Tale〉(1908)·〈클레이행어 Clayhanger〉(1910)는 이곳을 배경으로 했다.

〈클레이행어〉는 속편 〈힐다 레스웨이스 Hilda Lessways〉(1911)·〈이 두 사람 These Twain〉(1916)과 함께 〈클레이행어 집안 The Clayhanger Family〉(1925)으로 묶여나왔다.

베넷이 8년 동안 머물렀던 당시의 파리는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그는 삶뿐만 아니라 음악·미술·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모두 활용했다. 지방생활에 대한 이해를 계속 간직하긴 했으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야를 넓혀 영국인 특유의 섬나라 근성을 털어버렸다.

대중문화와 엘리트 취향의 난해한 고급문화가 똑같이 뿌리내리던 시기에 베넷은 인상주의 미술,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발레,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런던에 전해지기 전에 그 가치를 알아본 세계주의자였다. 그뒤에는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새 책들을 검토하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중요한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 D. H. 로렌스,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정확한 눈으로 높이 평가하는 통찰력을 보였다. 영국으로 돌아가서는 런던과 에식스의 시골집을 오가며 지냈다. 죽을 때까지 파터리스에 돌아가지 않고 몇 번 잠깐 들렀을 뿐이지만, 조이스가 더블린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은 항상 그곳에 가 있었다.

30편의 장편소설을 썼는데, 중요하지 않은 작품 가운데도 냉소적이지만 호의적이고, 비판적이지만 아주 너그러운 베넷 특유의 가치판단의 본질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1920, 1930년대 들어서는 명성이 줄었으나 곧 옛 명성을 되찾았는데, 이는 예술적으로 그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느낀 젊은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재평가한 때문이기도 했다. 〈아널드 베넷의 일기 1896~1928 The Journals of Arnold Bennett, 1896~1928〉는 1932~33년 3권으로 출판되었다. 1974년에는 마거릿 드래블이 쓴 전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