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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민정권에 예속된 카이 딘 황제와 농가 출신의 첩 사이에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고국에서 거의 지내지 않았다. 그는 1926년에 왕위를 계승하여 바오 다이('위대함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왕위에 오른 직후에는 베트남을 개혁하고 근대화하려고 애썼지만 프랑스의 협력을 얻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프랑스 식민정권은 바오 다이에게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했다.

프랑스의 통제정치는 1945년 3월 일본이 '전격 작전'으로 인도차이나의 프랑스 식민정권을 무너뜨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일본인들은 나이든 쿠옹 데 왕자를 일본에서 데려와 새로 수립된 괴뢰국 베트남을 다스리게 할 생각이었으나, 결국에는 바오 다이를 아무 실권도 없는 허수아비 통치자로 남겨두었다. 1945년 8월 베트남 독립동맹(베트민)이 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자, 호치민과 그의 동지들은 바오 다이와 손을 잡으면 상징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베트민은 바오 다이에게 사임을 요구하면서, '시민 군주 구옌 빈 투이'로서 자문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그러나 베트민으로부터 아무런 역할도 제의받지 못하고 프랑스도 믿을 수 없게 된 바오 다이는 1946년 홍콩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그는 프랑스 통치에 반대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 1949년 프랑스는 베트남에 독립을 부여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였지만 베트남의 국방과 재정에 대한 지배권은 계속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오 다이는 1949년 5월 베트남으로 돌아갈 것에 동의하고, 7월에는 느슨하게 통일되고 이름뿐인 자주독립국 베트남의 임시총리가 되었다. 다시 통치자의 자리에 앉은 그는 향락을 추구하는 퇴폐적인 생활을 계속하여 '바람둥이 황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프랑스를 지지하는 베트남 관리들에게 국사를 맡겨놓고 돌보지 않았다. 1954년 프랑스의 지배가 종식되자 바오 다이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고 딘 디엠 총리와 제휴하려고 했다. 그러나 1955년 디엠이 무력을 동원한 상태에서 부정선거를 통해 스스로 국가의 수반이라고 선언하자 바오 다이는 베트남을 떠났다. 그후 그는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권좌에 있던 시절에 긁어 모은 재산을 탕진하면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만년에는 파리에서 예전에 비해 사치를 삼가며 수수하게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