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652년 서품을 받고 로마로 파견되었으며(1663), 1675년 〈영성 생활 지침 Spiritual Guide〉이라는 소책자를 출판했는데, 명상과 하느님의 도움을 통해 그리스도교인의 완전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는 하느님의 의지가 인간의 마음 안에서 방해 없이 작용하려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버려야 한다고 믿었다. 이 책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1685년 그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친구 인노켄티우스 11세가 교황으로 있을 때, 그는 교황청 경찰에게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이단죄로 종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영성 생활 지침〉에는 유죄판결의 원인이 된 교리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처럼 급작스러운 판결이 내려진 것은 그의 사생활의 부도덕함이 폭로되었기 때문인 듯하나, 정확한 내용은 신앙교리성성(信仰敎理聖省)의 문서더미 속에 감추어져 있다. 약 2만 통에 달하는 그의 편지들을 조사하고, 그와 수많은 증인들을 심문한 뒤 인노켄티우스는 마침내 몰리노스의 교리를 서술한 68개 명제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1687).

재판 '최후변론'에서 자신과 자신의 추종자들이 벌인 변태적 성행위는 악마가 저지른 죄악을 정화하는 행위이므로 죄가 아니며, 하느님 안에서 고요한 평정을 더욱 깊이있게 하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허락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감옥에서 죽었다. 그의 '최후변론'은 로마의 발리켈리안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그의 편지들은 신앙교리성성의 문서국에 있다. 1921년 P. 두동의 〈스페인 정적주의자 미겔 몰리노스 The Spanish Quietist Michel Molinos〉가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