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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영국 마드리갈 작곡가이다. 교회음악과 관련된 여러 직책을 맡았는데, 노비치 성당 어린이 성가대 지휘자(1583~87)로 시작하여 1589년경 런던에 있는 크리플게이트의 세인트자일스 성당과 1591년 세인트폴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일했다.

1592년 왕실예배당의 시종(gentleman)이 되었다. 스승 윌리엄 버드에게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가톨릭 교도가 되었으나 1591년까지 네덜란드에 있는 영국 가톨릭교도들을 정탐하는 일을 함으로써 변절하게 되었다. 이 임무 때문에 거의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대신 영국 내의 가톨릭교도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무렵 영어 가사를 붙인 이탈리아 마드리갈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가능성을 인식해서 자작 마드리갈집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1593년 3성부를 위한 25개의 칸초네타(몰리는 이를 '작고 짧은 노래들'이라 했음)를 출판했고 1597년 5성부를 위한 17개의 칸초네타와 6성부를 위한 4개의 칸초네타를 출판했다. 1594년 출판된 그의 첫 마드리갈집은 22개로 이루어졌고, 1595년 발표된 20개의 발레(ballet)는 조반니 자코모 가스톨디의 발레토(balletto : 16세기의 단순한 마드리갈 양식으로 작곡된 무곡풍의 성악곡)를 모델로 한 것이지만, 음악적 전개가 보다 정교하고 화성적 진행감도 더 강했다. 몰리는 발레보다는 더욱 가볍고 경쾌한 장르인 마드리갈이나 칸초네타에 탁월했다.

몰리의 작품 가운데는 이탈리아 마드리갈을 개작하여 출판한 것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는데 원래의 작곡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러한 관행은 당시로서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1598년 1권의 이탈리아 마드리갈 선곡집을 영어판으로 출판했으며, 같은 해 21년간 영국에서 음악출판을 할 수 있는 면허(원래 1575년 버드와 토머스 탈리스에게 주어졌던 독점권이었지만 1596년에 시효가 끝났음)를 취득했다. 자신이 직접 쓴 교재 〈알기 쉬운 실용음악 입문 A Plaine and Easie Introduction to Practicall Musicke〉(1597)은 당대와 지난 세대에 통용되었던 작곡이론 기초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몰리의 작품들은 연대기적으로 서로 다른 두 기간에 각각 다른 양식으로 작곡되었다. 우선 그는 버드의 제자로서 마드리갈 이전의 영국 다성음악 전통에서 성장하면서 1576년 그때까지 필사본으로 남아 있는 2곡의 라틴어 모테트를 작곡했는데, 이 2곡은 모두 그가 가톨릭 교도였던 초기의 작품들이다. 한편 1590년대의 마드리갈집들은 담백한 효과, 부드러운 화성적 온화함, 샘솟는 리듬, 명료한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이탈리아 마드리갈 양식을 채택하고 있어 후기 작품에 속한다.

직접 편집하여 1603년 출판한 〈오리아나의 승리 The Triumphes of Oriana〉에는 오리아나를 칭송하는 내용의 가사에 여러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25곡의 마드리갈이 선곡되어 있다(오리아나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라는 설과 그렇지 않다는 설이 있음). 그가 독창적으로 작곡한 곡들을 수록한 마지막 작품집은 〈제1 에어 곡집 The First Booke of Ayres〉(1600)이다. 6성부 모테트 〈Laboravi in gemitu meo〉·〈De profundis clamavi〉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