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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역사학석사학위를 받고 잠시 강의를 한 적도 있으며, 1940년대 중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그 기간에 길베르 코르디에 엘리자베스라는 필명으로 장편소설을 출판했다.

1957년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히치콕 Hitchcock〉을 썼고 그뒤 파리로 이주하여 자유기고가로 활약하다가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점차 관심이 높아지자 프랑스 정기간행물에 영화비평을 쓰기 시작했다. 1950년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와 함께 〈라 가제트 뒤 시네마〉의 창간 편집자로 일했으며 1957년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이 되었지만 1963년 논쟁에 휘말려 이 누벨 바그 경향의 잡지간행을 포기했다.

그는 전통적인 영화제작 방법론을 비판했고 영화 논평의 '감독중심제'를 내세웠다. 이 이론은 특정 영화보다는 특별한 감독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방법론이었다. 하워드 혹스와 존 포드 같은 선배 거장들을 존경한 로메르는 감독은 자기 생각을 영화에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믿었으며 마침내 1950년에는 카메라를 빌려서 자신의 사상을 담은 일련의 단편영화들을 제작하여 꽤 성공을 거두었다.

1959년에 찍은 첫 장편영화 〈사자의 신호 Le Signe du lion〉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로메르는 이어 6편의 도덕담(contes moraux)을 영화로 만들었다. 첫번째 이야기 〈몽소의 빵장수 La Boulangère de Monceau〉(1962)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이 한눈에 반한 미지의 여인을 찾아다니다가 잠시 빵장수 소녀와 사랑의 유희를 즐긴다는 이야기이다.

2번째 이야기 〈수잔의 생애 La Carrière de Suzanne〉(1963)는 더 복잡한 영화로, 자기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는 한 학생이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버림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소녀와 관계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실패하자 로메르는 당분간 다큐멘터리로 관심을 돌려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국에 12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공급했다. 그뒤 1966년에 로메르는 또다른 도덕담 〈수집가 La Collectionneuse〉를 감독했는데, 이 작품은 유럽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은곰상을 받았다.

로메르의 작품이 흥행에도 성공하게 된 시기는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도덕담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던 〈모드의 집에서의 하룻밤 Ma Nuit chez Maud〉(1968)을 찍은 뒤부터이다. 그 내용은 도덕적으로 엄격한 한 기술자가 눈보라 속에 고립되어 모드의 아파트로 피신하게 되는데 매혹적인 이혼녀 모드가 그를 유혹하려 하지만, 이를 뿌리치고 두 사람은 지적인 대화를 나누며 밤을 보낸다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비평가들의 찬사와 공적인 인정을 받았으며 막스 오퓔스 상을 받았다.

이어서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re〉(1970)도 성공하여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그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루이 델뤽 상과 멜리에스 상도 받았다. 1972년 〈오후의 사랑 L'Amour l'après-midi〉을 개봉함으로써 도덕담 시리즈를 끝맺었는데 도덕담 영화의 대본들은 뒤에 시나리오집 〈6편의 도덕담 Six Moral Tales〉(1977)으로 출판되었다. 1976년에는 유명한 단편소설 〈O후작 부인 Die Marquise von O〉을 영화화하여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후기 작품들로는 〈웨일즈인 페르스발 Perceval le Gallois〉(1978)과 〈조종사의 부인 La femme de l'aviateur〉(198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