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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와 교육

로머의 어린시절과 교육과정에서는 그의 경력을 뒷받침할 만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신문기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자주 이사를 다녔으므로 어린 로머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1909년 화이트플레인스의 할머니댁으로 옮겨온 후에야 가난했지만 비로소 안정된 청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소심한 소년이었던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그의 일생을 지배하게 된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직접 부닥쳐서 개선해 나가려는 추진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1년 동안 임시직으로 일을 한 후 1913년 가통(家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애머스트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장학금, 다양한 부업, 대학 친목회의 융자 등으로 학비를 조달했다. 역사학과 독일 문학이 그의 전공과목이었으나 다른 학과 과정도 선별하여 수강했다. 뉴욕 시에 있는 미국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공룡을 보고 화석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으며 과학 필수과목을 채우기 위해 프레더릭 B. 루미스의 진화학 강의를 수강한 후 그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중인 1917년에 졸업을 했으나 그당시 그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는 프랑스에 있는 미국진중봉사단(American Field Service)에 가입했으며 그해 가을에 미육군에 입대했다. 1919년 미국으로 돌아온 후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윌리엄 K. 그레고리의 지도를 받았다. 2년 만에 박사과정을 모두 끝내고 지금도 비교근육학의 고전으로 남아 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컬럼비아대학교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레고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를 도와 지금까지도 유명한 비교해부학·기능해부학·진화학 교실을 개설하여 그의 사상을 전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과학자로서의 경력

뉴욕 시에 있는 벨뷰 병원 의대에서 2년 동안 해부학 강사직을 역임한 후 시카고대학교의 지질·고생물학과의 부교수가 되었다.

그곳에서 고생대 후기의 어류·양서류·파충류 등의 훌륭한 화석 소장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그후에 그가 하게 될 야외채집과 과학연구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시카고에 거주하기 시작한 초기에 루스 히버드와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었고 야외채집과 여행할 때는 항상 그녀와 동행했다. 1933년 〈척추동물 고생물학 Vertebrate Paleontology〉이 출판되었으며 이 책은 3판을 거듭하면서 그 분야에 관한 수십 년 동안의 연구를 구체화시켰다.

시카고에서 11년 동안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지질학과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다가 1934년 하버드대학교 생물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지도력은 1945년 생물연구소 소장과 1946년 비교동물학박물관의 관장이 된 후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의 지도 아래 박물관은 많은 성장을 했다.

로머의 과학자로서의 경력은 하버드에서 〈반룡류(盤龍類) 개설 Review of the Pelycosauria〉(1940)·〈척추동물의 신체 The Vertebrate Body〉(1949)·〈파충류 골학(骨學) The Osteology of the Reptiles〉(1956) 등의 저서와 수많은 연구논문들을 출간하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척추동물의 신체〉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비교해부학 교과서로 미국의 전대학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반룡 The Pelycosauria〉·〈골학 Osteology〉은 파충류 진화의 여러 측면을 다루고 있다. 명예학위, 외국 학회의 회원자격, 훈장 등 많은 영예가 그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교적 덜 알려진 척추동물고생물학회(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서의 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그는 학회 설립 단계부터 활동하여 1940년 학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후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또한 그는 미국 동물학회에 척추동물 형태학 분과를 만드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63년 워싱턴 D. C. 에서 모인 14차 국제 동물학회 의장직을 역임했으며 그후 오랫동안 미국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있었고 1929년과 1956년에는 화석수집을 위해 남아프리카와 아르헨티나를 여행했다. 강의, 여행, 학회의 행정, 연구 등 바쁜 삶의 과정 속에서도 그는 항상 환영받는 강연가로서 재치있고 매력적이며 느긋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의 헌신과 지식의 깊이는 대화하듯 말하는 그의 표현력과 허물없는 말투에서 종종 나타났다. 1965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은퇴한 뒤에도 세계여행, 화석 수집, 학회 참가, 박물관 방문 등을 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계속적으로 연구논문을 집필했으며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에까지 연구범위를 확장했다.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그의 접근 방법은 환경과 형태와 기능의 관계를 진화의 열쇠로 보고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다윈이 제창한 시간을 통한 점진적 변화의 증거가 멸종된 어류·양서류·파충류의 진화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을 비교해부학·발생학 특히 고생물학에서 얻은 증거를 바탕으로 한 척추동물의 진화 연구에 바쳤다.

그의 연구방법은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해부학적 적응을 중시했으며, 수년 동안 텍사스의 지층에서 페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어류·양서류·파충류의 화석을 수집하기도 했다. 또한어류에서 원시적인 육상 척추동물로, 그리고 현재의 양서류·파충류·포유류로의 계속적인 진화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와 기능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