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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시간과 공간 속에 못박혀 있는 듯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다.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이탈리아의 조르조 데 키리코, 그리고 나중에는 같은 벨기에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에게 감명을 받아 1935년 초현실주의 대열에 합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데 키리코처럼 고대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았고, 형태와 공간을 자유롭게 다룬 16세기초의 마니에리슴 양식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의 대표적인 그림인 〈메아리 The Echo〉1943)에는 몽유병에 걸린 듯한 3명의 발가벗은 여인들이 마치 시간 속을 걸어가듯이 1줄로 나란히 적막한 사원들을 지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매장 Entombment〉(1951)에서는 해골들이 다른 해골들을 땅에 묻고 있다.

그의 전시회는 유럽뿐만 아니라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열렸다. 이탈리아와 벨기에에서 큰 상을 받았으며, 1950~62년에는 브뤼셀에서 미술대학 교수로 일했다. 1982년 북해 연안에 있는 신트이데스발트에 그의 작품만을 소장하는 '폴 델보 박물관'이 개관되었다. 델보는 아내와 함께 세인의 이목을 피해 플랑드르의 벽촌인 뵈르네에 은거하면서 1980년대말 시력을 잃을 때까지 계속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