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캐나다의 편협한 지방주의와 점잖은 체하는 가식적 태도를 예리하게 관찰한 글을 썼다.

데이비스는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수필·비평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썼는데, 초기에는 카를 융의 심리학에 영향을 받아 도덕적 갈등과 자아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옥스퍼드대학교 발리올 칼리지에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그후 2년 동안 런던에 머물면서 교사·배우 등으로 일했다. 또한 '올드 빅 레퍼토리 극단'(Old Vic Repertory Company)의 일원으로 연기·연출·무대감독 수업을 받았다. 이후 캐나다에 정착해 아버지를 도와 신문사업에 종사했다.

그는 1940~42년 〈새터데이 나이트 Saturday Night〉의 문학부장으로 있었고 이후 20년 동안 온타리오의 〈피터버러 이그재미너 Peterborough Examiner〉의 편집자 겸 발행인으로 일했다. 〈이그재미너〉에 새뮤얼 마치뱅크스라는 재미있는 가명으로 칼럼을 쓰기도 한 그는 이 시기에 많은 희곡을 썼다. 1960년 토론토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의 영어교수가 되었고 1963년에는 이 대학이 새로 설립한 매시 칼리지의 학장으로 임명되었으며 1981년 은퇴하면서 명예교수직을 받았다.

그는 세상의 기준과 가치관을 풍자한 희곡 〈아침식사의 에로스 Eros at Breakfast〉(1949)·〈내 마음속 깊이 At My Heart's Core〉(1950) 등으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7개 국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세 편의 3부작이다. 소도시 사회를 묘사한 풍속 희극인 '솔터턴 3부작'(Salterton Trilogy)은 그의 첫소설 〈휘몰아치는 폭풍 Tempest-Tost〉(1951)과 희극부문에서 스티븐 리콕 메달을 수상한 〈악의(惡意) Leaven of Malice〉(1954), 그리고 〈덧없음이 뒤섞인 감정 A Mixture of Frailties〉(1958)이라는 세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C. G. 융의 영향을 받은 듯한 '뎃퍼드 3부작'(Deptford Trilogy)의 제1권인 〈5번째 사업 Fifth Business〉(1970)을 통해 국제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이 3부작에 포함된 2권의 소설 〈만티코어 The Manticore〉(1972)·〈경이의 세계 World of Wonders〉(1975)는 세 사람에게 닥친 비극적 사건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루고 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 데트퍼트 출신인 세 남자의 흥미로운 삶을 조망한 이 3부작에서 그는 신비주의에 대한 도덕적 관심과 자신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융의 심리치료를 접목시켰다.

'콘월 3부작'(Cornish Trilogy)에 속하는 〈반역의 천사들 The Rebel Angels〉(1981)과 부커상 예심에 오른 바 있는 〈타고난 성미 What's Bred in the Bone?〉(1985), 그리고 〈오르페우스의 수금(琴) The Lyre of Orpheus〉(1988)에서는 캐나다의 예술계와 그랜드오페라 등 고급문화의 면면을 풍자했다.

또 〈다락의 소리 A Voice from the Attic〉(1960) 등 수필도 썼는데, 이 작품에서 다락이란 '미국의 다락방' 격인 캐나다를 의미한다. 그의 마지막 소설 〈사기꾼 Cunning Man〉은 1994년 출판되었다. 그는 많은 명예학위와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메리카 예술문학 아카데미협회의 회원이 되기도 했다.

그는 주로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 사는 등장인물들의 도덕적 갈등에 관심의 눈길을 돌린 전통적 의미의 이야기꾼으로, 부르주아지의 편협함을 재치있게 풍자하는 한편 신비주의와 예술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몰두했으며, 융 철학을 통해 자기 인식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