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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 낭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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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낭만주의 음악 > 오페라 |
제작시기 | 1846~1848년 |
작곡가 |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 |
초연 | 1850년 8월 28일, 바이마르 궁정극장(프란츠 리스트 지휘) |
등장인물 |
• 로엔그린(백조의 기사, 테너) • 엘자(브라반트의 공주, 소프라노) • 텔라문트(브라반트의 백작, 바리톤) • 오르트루트(텔라문트의 아내, 소프라노 혹은 메조소프라노) • 사신(바리톤) • 4명의 귀족(테너, 베이스) • 4명의 시동(소프라노, 알토) • 고트프리트 공작(엘자의 남동생, 침묵) |
배경 | 10세기 초, 안트워프 |
대본(리브레토) | 리하르트 바그너 |
구성 | 3막 |
편성 |
플루트 3, 오보에 2, 잉글리시호른 1,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베이스 튜바 1, 팀파니, 트라이앵글, 심벌즈, 탬버린, 하프, 현5부 무대 위에 트롬본 4, 플루트 3, 오보에 3, 클라리넷 3, 바순 2, 호른 4, 트럼펫 8-12, 팀파니, 심벌, 오르간, 하프, 트라이앵글 |
요약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은 1846년에서 1848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이 작품은 〈탄호이저〉와 마찬가지로 3막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서곡 형식을 배제하고 전주곡을 채택했다. 1850년 8월 28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다.
리스트와의 만남
바그너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던 삼십대 초반에 작곡된 〈로엔그린〉은 그가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작곡한 마지막 작품으로, 이후 바그너가 음악극이라는 장르에서 시도한 음악적 실험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1848년에 완성된 〈로엔그린〉은 바그너가 존경해 마지않던 프란츠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바그너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리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지휘했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했고, 리스트 역시 바그너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었다. 훗날 장인과 사위의 관계에까지 이르게 되는 두 사람의 인연이 〈로엔그린〉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작
바그너에게 있어 〈로엔그린〉은 또한 그의 가장 열정적인 후원자가 되어준 루트비히 2세와의 만남을 이루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백조의 기사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루트비히 2세는, 백조의 기사 설화를 탁월하게 구현한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감동하여 바그너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이후 루트비히 2세는 바그너의 무조건적인 지지자로서 수많은 반대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바그너를 지원하였으며, 결국 바그너가 이상적인 극장으로 구상했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건립하여 바그너의 필생의 꿈을 이루어주기에 이른다.
중세 기사문학과 고대 그리스 비극의 조화
〈로엔그린〉은 중세 기사문학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지팔》과 콘라트 폰 뷔르츠부르크의 《백조의 기사》, 그리고 작자 미상의 《로엔그린》 등을 바탕으로 하여 바그너가 대본을 쓴 작품이다. 이 이야기들은 10세기에 훈족의 침략에 맞서 싸운 작센 왕 하인리히 1세의 무용담을 다룬 것이지만, 바그너는 하인리히 1세보다는 백조의 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그는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이 엘자에게 제시한 조건인 ‘금지된 질문’이라는 주제에 무게를 두었다. 바그너는 ‘금지된 질문’이라는 주제에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세멜레의 이야기를 떠올렸고, 〈로엔그린〉을 그리스 비극처럼 연출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로엔그린〉의 등장인물과 합창단의 동작은 그리스 비극과 마찬가지로 매우 절제되어 있다. 한편, 바그너는 극적인 긴장감을 연출하기 위해 엘자에게 적대적인 악의 화신으로서 원전에는 없는 오르트루트라는 인물을 창조해낸다. 이방 종족이자 이교도인 오르트루트는 또한 〈로엔그린〉 전반에 흐르는 독일 민족주의의 정신을 강조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
바그너는 〈로엔그린〉을 쓰기 전, 파리와 베를린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마이어베어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마이어베어의 추천으로도 자리를 잡지 못하자, 그 좌절감이 마이어베어에 대한 원망으로 변하였다. 이때부터 바그너는 마이어베어를 위시한 유대인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유대인의 상업주의로 인해 예술이 타락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강력한 통일국가로서의 독일을 열망하던 젊은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던 그는, 〈로엔그린〉에서 독일 민족주의와 이교도, 특히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상징적으로 그려내었다. 특히 주인공인 백조의 기사는 순수한 독일정신을 상징하는 남성상이다. 성배의 수호자인 그는, 이교도의 간계를 몰아내고 기독교의 권위를 확립하는 인물인 동시에, 백조로 변한 고트프리트를 되돌려줌으로써 왕위 계승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인물이다. 백조의 기사가 하인리히 왕과 함께 훈족을 물리치려 한다는 설정 역시 이러한 민족주의의 반영이다. 이러한 바그너의 민족주의 정신은 전의를 고무하는 음악들을 통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낭만적 오페라에서 음악극을 향해
〈로엔그린〉은 2중창이나 앙상블 등 기존의 오페라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이후 음악극에서 시도된 혁신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바그너는 서곡 형식을 버리고, 대신 전주곡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 기존의 이탈리아나 프랑스 오페라의 장대한 서곡은 음악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음악이 극적 진행과 동떨어져 부각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간결한 형태의 전주곡을 통해 극의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금지된 질문의 모티브’를 위시한 주요 모티브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보여준 라이트모티브 기법을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바그너의 실험적인 시도들은 낭만적인 선율과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 섬세한 화성진행과 극적인 합창 등과 어우러져 극적 긴장감과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와 주요 음악
고난에 처한 여인을 구한 백조의 기사
하인리히 왕이 훈족을 물리치자며 브라반트 시민들을 독려하는 가운데, 텔라문트 백작이 브라반트의 공주 엘자가 남동생 고트프리트를 죽였다고 고발한다. 하인리히 왕은 엘자에게 그녀를 대신해 텔라문트 백작과 싸워 줄 기사를 정하라고 명한다. 이 때, 강 위에 백조가 이끄는 배가 나타나고 빛나는 모습의 늠름한 기사가 배에서 내려 백작과 결투해 승리하고, 결코 자신의 이름을 묻지 말 것을 조건으로 엘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신부의 결혼행렬
패배한 텔라문트 백작과 오르트루트는 안트베르펜에서 추방당하게 되자 복수를 다짐한다. 오르트루트는 엘자를 부추겨 기사와의 약속을 어기게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엘자에게 다가가 용서와 동정을 구한다.
다음날 엘자의 혼례 행렬이 진행되는 동안 오르트루트와 백작은 신랑의 정체도 모르는 신부를 비웃으면서 엘자의 불안과 의심을 부추긴다.
맹세를 어긴 엘자
‘혼례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결혼식이 거행된 후, 엘자는 자신의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마침내 금지된 질문을 던지고 만다. 기사는 자신의 이름이 로엔그린이며 성배를 지키는 파르지팔의 아들임을 밝히면서,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며 이별을 고한다.
이 때 백조가 이끄는 배가 등장하자, 오르트루트가 그 백조의 정체가 고트프리트라고 외친다. 로엔그린은 백조를 고트프리트의 모습으로 되돌려주고 배를 타고 떠나버린다. 엘자는 절망하여 고트프리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1막 전주곡
〈로엔그린〉의 ‘전주곡’은 여느 오페라의 서곡과는 달리, 작품 속의 주제나 선율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음악을 펼쳐 보인다. 바그너는 이 전주곡에 대해서 “맑은 하늘에서 천사가 성배를 들고 나타나자 성배를 붓자 광채가 세상을 채운다.”라고 묘사했다. 현악이 고요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서곡을 시작하면서 성배가 상징하는 신성함을 묘사한다. 이윽고 관악기가 가세하면서 음악이 점차 웅장함을 더해가다가, 호른과 심벌즈가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뒤이어 다시 첫 부분의 숭고한 선율을 반복하면서 서곡이 마무리된다.
엘자의 꿈, ‘홀로 괴로운 날들을 보내며(Einsam in trüben Tage)’
1막에서 엘자가 자신을 대신해 텔라문트와 싸워줄 기사를 기다리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엘자는 꿈속에서 보았던 늠름한 기사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원한다. 느리게 하행하는 선율이 꿈꾸는 듯 몽환적이면서도 애절한 엘자의 음색과 어우러져 시작된다. 현악이 트레몰로를 연주하는 동안 반음계진행의 선율이 감정의 밀도를 높이지만, 곧바로 반음계로 느리게 하행하는 선율로 돌아감으로써 감정을 절제한다. 후반부에서는 선율이 장조로 바뀌면서 자신을 구원해 줄 기사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3막 전주곡
패기 넘치는 금관의 아르페지오와 현악의 빠른 반주가 어우러지면서 웅장하게 시작하는 전주곡은 결혼식을 앞둔 기쁨을 표현한다. 이 오프닝은 결혼식보다는 군대음악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여러 영화의 전쟁장면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떠들썩한 오프닝 선율과 설레는 마음을 절제한 고요한 현악 선율이 교차되면서 기쁨과 불안을 교대로 표현한다. 좀 더 느린 템포의 금관 팡파르가 제시되고 곧이어 혼례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혼례의 합창(Treulich geführt)’
결혼식을 마친 엘자와 기사가 신방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제시되는 음악으로, 여성 합창단이 ‘결혼행진곡’으로 더 잘 알려진 부점 리듬의 선율을 노래한다. 금관의 팡파르와 절제된 여성 합창단의 음색이 교차되면서 결혼의 신성함을 표현하고 있다. 결혼식에서 주로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되는 음악이지만, 이 노래가 끝난 뒤 곧바로 엘자가 기사와의 약속을 깨뜨리고 금지된 질문을 던짐으로써 결혼이 파국으로 치닫는 장면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행복에의 희망과 불행한 미래가 함께 표현된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배의 노래, ‘여러분이 갈 수 없는 먼 나라에(In fernem Land, unnahbar euren Schritten)’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이 맹세를 어긴 엘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그로 인해 그녀를 남겨두고 성배의 나라로 떠나가야 하는 심정을 토로하는 노래이다. 고요한 현악반주에 이어지는 로엔그린의 선율은 비통하면서도 감정을 절제한 숭고한 느낌을 준다. 관악기가 더해지면서 로엔그린의 선율 역시 상행하면서 좀 더 감정을 고조시키지만 결코 격렬해지지 않고 첫 부분의 숭고함을 유지한다. 로엔그린의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심벌즈가 음악의 절정을 이끌지만 곧바로 느리고 고요한 합창으로 이어지면서 종교적이고 장엄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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