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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의 결실

1932년 2월, 거슈윈은 그의 친구와 함께 쿠바의 아바나(Havana)에서 2주간의 휴가를 보내며 쿠바 거리의 밴드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흠뻑 매료되었다. 그 후 여행에서 돌아와 쿠바의 음악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룸바〉(Rumba)라는 제목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구상했고, 그 해 8월에는 오케스트레이션 작업까지 끝마쳤다.

성공적인 초연 그 이후, 〈룸바〉에서 〈쿠바 서곡〉으로

〈룸바〉는 1932년 8월 16일 르비손 스타디움에서 영국 지휘자 앨버트 코츠(Albert Coates, 1882~1953)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날의 무대는 최초의 ‘All-Gershwin Concert’, 즉 연주 프로그램 모두가 거슈윈의 작품으로 펼쳐졌고, 〈룸바〉 또한 그때의 연주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이 공연은 야외 공연장인 르비손 스타디움(Lewisohn Stadium)에 약 18,00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하는 기록을 세운 성공적인 콘서트였다. 비평가들 또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세달 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장에서 열린 자선 연주회에서 거슈윈은 곡 제목을 〈룸바〉에서 〈쿠바 서곡〉으로 바꾸었다. 그는 〈쿠바 서곡〉이라는 제목이 이 작품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개념을 제시해 준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쿠바 춤의 진수를 음악적으로 보다 잘 구현하려는 의도였던 듯하다.

쿠바 민속 타악기의 향연

거슈윈은 특히 쿠바의 타악기에 도취되어 클라베스(claves), 봉고(bongo), 귀로(guiro), 마라카스(maracas)를 〈쿠바 서곡〉의 편성에 넣었다. 이 타악기들은 당시의 음악가와 청중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슈윈은 악보 필사본에 ‘이 악기들은 타악기 섹션이 아닌 지휘자의 오른쪽 바로 옆에 위치시킨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쿠바 서곡〉의 주제 선율은 당시 유명했던 쿠바의 음악가 이그나시오 피네이로(Ignacio Piñeiro, 1888~1969)의 곡인 ‘에찰레 살시타(Échale Salsita)’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쿠바 서곡〉에는 두 개 이상의 리듬이 얽혀있으며 복잡한 리듬의 쿠바 전통 춤 룸바의 리듬적 특성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처음에는 다소 정신없게 느껴질 수 있는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곡이 진행되다가, 솔로 클라리넷의 카덴차를 통해 처음 부분과는 극히 대조적인 느린 템포의 중간 부분이 도입된다. 그리고는 타악기의 리듬 반주와 함께 다시 처음 부분의 주제 선율로 돌아온다. 이어 등장하는 쿠바 토속 타악기들의 폭발적인 연주는 다채로운 음색과 박진감 넘치는 리듬을 만들어 내며,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후 곡을 마무리 한다.